유전자의 무서움
"빨리 병원 가"
서울에 있는 엄마가 전화로 출산일이 다가온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
"괜찮아 엄마, 아침에 진찰받고 왔는데 아기 나오려면 멀었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나는 그런 엄마를 안심시키려 했다.
"아니야! 빨리 병원 가"
엄마가 계속해서 재촉하며 고집을 피웠다.
"의사가 집에 가라는데 어떻게 병원에 가!?"
의사가 아기가 나오려면 한참 있어야 하니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어떻게 엄마가 병원 가라고 했다고 병원에 가겠는가.
"나 닮았으면 금방 나올 건데…." 하면 전화를 끊고 회식에 간 남편에게까지, 전화를 한 것이다.
'엄마는 왜? 이렇게까지 하지' 생각하며 앉아 있는데 점점 통증이 강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님이 가보라고 해서 왔어." 남편의 도착과 함께 서 있을 수 없는 고통에 무릎이 접혔다.
"악~"
" 왜? 그래."
"어머님 말씀이 맞았나 봐" 남편이 아파하는 날 보면 말했다.
"병원 빨리 가야 할 것 같아" 나는 고통을 참으며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상태를 보시더니
"입구가 80퍼센트 열렸어요~"너무 차분한 목소리였다. 나는 죽겠는데….
"네??" 아침에는 2, 3일 걸린다고 하셨는데….
'엄마 말이 맞았다.'
"분만실로 들어가세요"
'의사보다 엄마인가~' 유전자의 무서움에 감탄했다.
엄마의 촉은 위대하다고 느끼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다음 날 새벽 시원하게 아들을 출산했다.
그때 시원하게 낳았던, 나를 닮아 허리가 긴 아들을 보며 죄책감은 느낀 나는 아침마다 쭉쭉 마사지를 꼭 해주려고 하는데, 그날도 열심히 다리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길어지라고 다리야~~. 어! 엄마다!'
다리 주무르고 있는 내 손을 봤는데 갑자기 엄마 얼굴이 스치듯 떠올라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찬찬히 내 발도 내려다보았다. 역시 거기에 엄마 발이 있었다.
'왜? 엄마의 손발이 여기 있지' 의문이 들었다.
20대 때는 닮은 거라곤 얼굴 작은 거랑 키 작은 거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보니, 여기저기 닮아 있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
젊을 적 부모님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70이 넘은 엄마의 손과 발이 나에게도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주었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모르는 모녀의 삶이 방송되고 있었다.
두 모녀의 모습이 그렇게 닮지 않아서 '아빠 닮았나~'하며 보고 있는데, 어머님의 젊을 적 사진을 보니 딸이 그곳에 서 있었다.
젊을 적 엄마와 지금 딸의 모습이 너무나 닮아서 놀라웠다.
그걸 보며, '미래 나의 모습은, 지금 나의 엄마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나의 현재는 엄마의 과거의 모습일 수도 있다'란 생각….
그럼, 내 아들은 지금 남편의 과거일까?
아들의 미래 모습은 남편일지도…?
"그건 좀…. 하하하…."
다시 한번 유전자의 무서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