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나니 Sep 11. 2023

느릿느릿 가을이야

느리지만 분명하게

살금살금, 가을이 다가온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가을이 다가온다.


색깔로, 냄새로, 바람으로, 온도로

밤마다 부지런히 종종걸음으로 걸어온다.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아직 한창인 봄을 제치고

성급히도 뛰어온 여름과는 다르게


두 걸음 왔다가 한걸음 다시 또 멀어지며

완연한 가을을 위해,

세세하고 부드럽게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나뭇잎 끝에서부터, 서서히 높아지는 하늘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계절을 갈아입는다.



너무 느린 계절이기에

너무 빠르게 지나갈 것이 분명한

늘 아쉬운 그 계절이


코끝에서 살랑거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지개가 먹구름을 밀어낼 수 있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