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만 남아
향기는 늘 기억으로 자리 잡아요.
후각이라는 감각은 기억력이 참 좋아서
기억 한 편의 향기를 자기 안에 살포시 새겨두었다가
우리 삶 속에서 같은 향기를 마주한 순간
향수로 뿌려내지요.
그 향기는 우리를 그날, 그 순간으로 인도해요.
그때의 추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나는 당신이
늘 좋은 향기만 맡았으면 좋겠어요.
문득 스친 향기에도 웃음이 질 수 있도록,
언젠가 맡은 향기가 오늘 기분을 바꿔줄 수 있도록.
나의 향기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한구석에 몰래 새겨질 수 있도록.
오늘도 가장 좋은 향수를
가장 기쁜 마음으로
살갗에 조심스레 올린 채 집을 나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