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번째 일출
당신이 우리의 곁을 떠난 지 수일이 흘렀어요.
희미하다 못해 투명해진 당신을
우리는 아직 붙잡고 있어요.
오늘은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꼭 49일째가 되는 날이에요.
이제 당신은 다른 곳에서 다른 생명으로
다시금 이 땅에 올 거래요.
무엇으로 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남겨진 이들에게는 더 애틋해요.
어디서든 당신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시원한 바람으로, 부드러운 새소리로, 한여름의 매미소리로, 촉촉한 밤의 귀뚜라미 소리로, 어쩌면 낯선 이의 따뜻한 친절로
당신이 존재할 거니까.
투명해진 당신을,
힘껏 붙들었던 손아귀에서 이제서야 힘을 뺍니다.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당신을
이제 우리는 느낄 수 있으니까.
잘 가요, 할아버지.
안녕, 아버지들의 아버지.
아버지들을 존재하게 했고,
우리들에게 삶을 선물할 수 있게 해 준 사람.
당신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예요.
고마웠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