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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Jan 22. 2024

착불로 도착한 마음

그것까지 고마워서

이별을 했었다.


긴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 아팠던 걸로 기억한다.


메시지로 전해받은 이별의 글자들이

머리에, 가슴에 박혀 나를 흔들었지만

미련하도록 두터운 자존심에


짧게 그러자고 답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장황한 설득의 말이나 아직도 남아있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신 담담하게 너의 화장대 위에 두고 온 시계를 택배로 붙여달라고 했고 답장은 없었다.


며칠 뒤 도착한 작은 택배상자.


착불이란다.

너에게 남아있는 나에 대한 마음이

고작 택배비조차도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제야 자존심 뒤에 꾸역꾸역 밀어 넣어 두었던

눈물이 흘렀다.


그 작은 상자가 마치 너의 뒷모습이라도 되는 양

그렇게나 한참을 보고 서있었다.



그로부터 한동안 가끔, 때론 조금 자주 너의 생각이 났었지만 연락할 수가 없었다.


너에게 남아있는 나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착불로 도착한 시계가 말해주었으니까.


그것은 어쩌면 미련한 나를 위한 너의 배려였을까.

아니면 그저 너를 위한 행동이었을까.


무엇이 정답이든 간에

이미 선택지가 두 개나 있는 것을 보니


넌 나에게 그 순간마저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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