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 속을 살래요
엄마와 아빠는 처음부터 엄마와 아빠로
태어났을 것만 같아요.
당신들이 부모가 되었던 그 나이 언저리에 도착한 내가 아직도 이렇게나 아이인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젠 내가 어른이 된 걸까 봐 무서워요.
내가 어른이 되어버리면,
그러니까 내가 다 자라 버리면
그때부터 당신들이 늙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아직도 아이이고 싶어요.
엄마가 아침 만드는 달그락 소리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깨고 싶고
아빠한테 치킨을 사달라 조르고 싶어요.
나는요,
아직도 운전석보다 아빠 뒷자리에 앉고 싶어요.
깜빡 잠들었다가 엄마 아빠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휴게소에 들러
동생들과 아빠카드를 받아 각자 좋아하는 간식 하나씩 사들고 돌아올래요.
유난히 어른이 무거운 날,
더 무거운 발을 질질 끌고 집에 돌아오면
한참 먼저 어른이었던 당신들이 반겨주니까.
그럴 때면 난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져요.
나에게는 아직도 젊고 든든한 당신들인데
당신들 눈에도 내가 아직 어린아이일까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다 컸다고 해도
당신들에게는 영원히 아이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