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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Jan 08. 2024

생일 축하합니다

태어나 주어서 고마워요

생일 축하합니다.


크고 작은 축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일 년을 꼬박 돌아

또다시 오늘.


스물 하고도 여덟 해 전 오늘, 내가 태어났다.


속속들이 도착한 축하들이

평범하기 그지없던 오늘을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로 바꾸어주었다.


축하받을 일 중 가장 쉬운 일.

일 년에 한 번, 그저 살아있음으로 축하를 받는다.


무언가를 잘 해내어서,

또는 좋은 성과를 이루어서가 아닌

그저 살아 숨쉬었기에 축하를 받는다.


어릴 적 우리는 무수한 축하 속에서 자라났다.


그저 몸을 일으켰을 뿐인데,

그저 한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눈을 꼭 감고 당근을 씹어 삼켰을 때도

우리는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자랄수록

축하를 받을 일이 줄어든다.


한참이나 자란 지금,

어쩌면 자란다기보다 늙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한 지금은 무수한 경쟁 속에서 이겨내야만

간신히 축하를 받아낸다.


지독한 성장통에

어른의 무게에

힘에 부쳐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축하를 받는다.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기적임을 잊지 말라고.


우리는 사실 그 자체로도

축하받을만한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축하해요, 당신.

고마워요, 오늘도 살아내주어서.


내년에도 또 축하해 드릴게요.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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