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주어서 고마워요
생일 축하합니다.
크고 작은 축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일 년을 꼬박 돌아
또다시 오늘.
스물 하고도 여덟 해 전 오늘, 내가 태어났다.
속속들이 도착한 축하들이
평범하기 그지없던 오늘을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로 바꾸어주었다.
축하받을 일 중 가장 쉬운 일.
일 년에 한 번, 그저 살아있음으로 축하를 받는다.
무언가를 잘 해내어서,
또는 좋은 성과를 이루어서가 아닌
그저 살아 숨쉬었기에 축하를 받는다.
어릴 적 우리는 무수한 축하 속에서 자라났다.
그저 몸을 일으켰을 뿐인데,
그저 한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눈을 꼭 감고 당근을 씹어 삼켰을 때도
우리는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자랄수록
축하를 받을 일이 줄어든다.
한참이나 자란 지금,
어쩌면 자란다기보다 늙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한 지금은 무수한 경쟁 속에서 이겨내야만
간신히 축하를 받아낸다.
지독한 성장통에
어른의 무게에
힘에 부쳐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축하를 받는다.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기적임을 잊지 말라고.
우리는 사실 그 자체로도
축하받을만한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축하해요, 당신.
고마워요, 오늘도 살아내주어서.
내년에도 또 축하해 드릴게요.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