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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Apr 22. 2024

느릿느릿 걸어도 괜찮은 초록처럼요

comme vert!

우리는 같은 시간 속을 살아요.

하지만 우리의 속도는 각자가 다른 법이에요.

그건 우리가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실이에요.


프랑스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던 때였어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내 주변의 모두가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더라고요.

그때 갑자기 조급해졌어요.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떠나온 여행이었거든요.


내가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에 친구들은 학원에 갈 텐데..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을 텐데..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불안한 마음이 안개처럼 피어나 한 발짝도 뗄 수 없었어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이 바쁘게 건너가는데도 그 안에 섞여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우울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자 신호등 밑에 작은 잡초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그 바쁜 사람들 속에서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있더라고요.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그제야 불안한 마음이 만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이 있는 거잖아요?


선인장은 천천히 자라는 것에 불안해하지 않아요.

그는 오직 단단하게 자라는 데에 집중할 뿐이죠.


매화는 봄에 피는 꽃들을 보며 조급해하지 않아요.

자신의 계절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말아요.

26살엔 졸업을 하고 27살 전에 취업을 하고 몇 살에는 차를 사고 몇 살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우리 그냥 각자의 시간에 살자구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요.


누군가 정해놓은 틀에 맞추지 말고

각자의 시간에 집중해요.


나의 시간 속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구요.


자신의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초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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