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무이기를 바랐어요

민들레 홀씨되어

by 한경환

당신과 있으면요,

어쩐지 마음이 편안했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와 어느새 가장 깊숙한 비밀도 마치 어제 먹은 점심 메뉴인 양 털어놓으니 말이에요.


저는 우리 관계가 나무 같은 줄 알았어요.


기껏 틔운 잎은 낙엽이 지고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가 찾아와도

조금만 지나면, 그래서 다시 봄이 돌아오면

우리가 인내한 만큼 더 성장하리라 믿었어요.


그러나 우린, 그러니까 우리 관계는

그냥 작은 민들레였나 봐요.


예쁘게 꽃을 피우고

추위가 오기 전에 홀씨를 날리고 죽어버리는.


내가 다가올 추위를 견딜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다른 곳에서 싹 틔울 씨앗을 준비하고 있었나 봐요.


추위가 밀려오기도 전에 말라죽어버린 우리의 관계를 보면.


민들레는요, 홀씨를 남겨요.

우리가 꽃피운 사랑도 또 다른 사랑을 남겼나요?


이미 죽어버린 민들레는 그것을 알 길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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