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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Nov 29. 2021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를 대신할만한 배우가 있을까?

우아한 드레스, 기모노가 잘 어울리는 유형

 

영화의상은 스토리텔링이다. 영화 의상 디자이너들은 배역의 성격과 역할을 고려하여 옷을 입힌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어떤 역할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의상만 봐도 계급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모부에게 잦은 학대를 받은 외로운 귀족 아가씨 히데코. 처음 우아한 헤어스타일에 레이스 소재 원피스를 입고 장갑을 끼고 등장한다. 반면, 백작이 보낸 하녀 숙희는 허름한 한복을 입었다.



 기모노는 일본의 전통 옷이다. 레이스 양산은 서양 문물이다. 반대되는 성질인 동양풍 물건과 서양풍 물건이 묘하게 어울린다. 시대적 배경이 개화기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히데코는 직접 나서고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게 더 익숙한 성격이다. 에니어그램은 5w6, mbti는 intj로 추정된다. 무표정에 말수가 적고, 말투도 느리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 정서적으로 불건강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뭐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숙희에 반해, 감정이 격해졌을 때도 감정표현이 크지는 않다.


 

 외설 잡지를 읽는 씬에서는, 청중을 압도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 순간만큼은 남성들의 잘못된 성적 억압을 비웃는다. 신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이 얌전하고 유약해 보였던 아가씨는 머릿속으로 치밀한 계산을 한 뒤 숙희를 함정에 빠뜨린다. 정신병원에 아가씨를 기두려던 숙희는 도리어 혼란에 빠진다.


 

긴 머리와 셔츠, 정장 바지까지 직선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시크하다는 느낌을 준다.


 

숙희는 히데코가 탈출할 수 있게 돕는다. 푸른 들판을 함께 달리며 활짝 웃는 장면이다. 국가와 계급을 넘어선 여성끼리의 연대, 수평적인 사랑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장소, 의상, 소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


 김민희는 패션잡지 모델 출신이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닌데, 얼굴에 드라마가 있다. 아치형 눈썹이 가장 큰 특징이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고양이상이다. 배우 김태리에게 슈트를 입히려다 너무 귀여워보여서 김민희로 바꿨다는 일화를 들었다. 개성있는 얼굴은 소화할 수 있는 옷 스펙트럼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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