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 이시가키 해수욕장, 당인묘, 야이마무라
근 며칠 동안 여기저기 다닌지라, 오늘은 이시가키 섬의 여러 유명한 해수욕장을 다녀보기로 하였다. 스쿠터를 타고 해안가를 따라 남쪽에서 서쪽으로 돌아볼 예정이다. 아마 경치를 보고 해수욕을 하는 일이 오늘의 주 업무? 이기 때문에 할 말은 많이 없을 듯싶다.
먼저 남쪽으로 가면 마에사토 비치라는 곳이 있는데, 여긴 옆에 ANA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있어서 호텔에서 잘 관리를 하는 듯 보였다. 이시가키의 해변은 대개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곳은 선베드도 꽤 많고, 라이프가드까지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샤워장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물놀이하기에 상당히 쾌적했다. 그리고 보면 부표로 물 위에 울타리를 쳐놓아서 아이들과 같이 놀기에도 안전해 보였다.
쾌적하게 물놀이를 하고, 다시 리토터미널 근처의 ‘이시다야’라는 소고기 (이시다규) 집에 왔다. 저녁에 먹으려니 너무 비싸서 점심특선으로 먹으려고 벼르고 있던 집이었다. 부위는 역시 잘 알 수 없는데, 두툼하게 썰어서 정갈하게 놓은 소고기와 야채들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실제로 구워서 먹으니 두툼한 고기 사이의 육즙이 살아있어서 죽었던 입맛도 다시 살아나는 맛이었다. (물론 나의 식욕은 여행 내내 가득 차있었다)
다음으로는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서쪽 해안가로 스쿠터를 타고 달려보았다. 관광지가 아닌, 이시가키 사람들이 사는 맨션들이 많이 보였다. 바닷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색이 바랜 건물들도 많았다.
가다 보니 아주아주 작은 사당이 있고 ‘당인묘 (토진바카)’라고 쓰인 곳이 있었다. 당인묘에 얽힌 얘기는 이러하다. 1800년대, 미국인들이 수백 명의 중국인들을 노예로 팔아먹으려고 캘리포니아로 가려다가, 노예인 중국인들에게 배를 탈취당한 일이 있었다. 그 중국인들 중 일부는 이곳 이시가키에 다다랐지만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억류되었다. 토진바카는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었다. 근대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억울하게 휩쓸린 자들을 위해 잠시나마 애도를 표하였다.
서쪽 해안가를 조금 더 달리다 보면 갑자기 깔끔한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개 좋은 리조트들은 이곳에 많이 모여있는 듯하였다. 걔 중에서도 규모가 제법 크고 깔끔하게 조성된 후사키비치리조트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유명한 후사키 비치가 있다. 실외 풀도 정말 잘되어 있고, 비치를 보면서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다음에는 ‘야이마무라’라는 곳을 갔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시가키의 민속촌 같은 곳이다. 실제로 이시가키에 살았던 사람들의 집을 부수지 않고 옮겨 놓은 곳도 있어서 문화재인 건물들도 몇 개 있다. 물론 모든 건물이 문화재는 아니고, 재현해 놓은 곳도 있다. 건물들은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어서, 나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그 옛날 이시가키 사람들처럼 쉬기도 하였다.
야이마무라에는 또 유명한 게 있는데, 바로바로 다람쥐원숭이 (리스자루)이다. 우리에 가둬놓고 구경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원숭이가 사는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먹이도 주고 만져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친근하지는 않지만…) 먹이를 줄 때만 득달같이 달려든다. 작은 원숭이들이 먹이를 먹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야이마무라를 거의 다 돌 즈음에, 일종의 회관 같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할아버지 한 분이 산신 연주를 하고 계셨다. 마루에 앉아 쉴 겸 노래를 들었는데, 구성진 노랫가락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이시가키 시내로 돌아와 돈까스를 저녁으로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