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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난징 여행기

Day 4 : 난징 총통부, 1912 거리

by 공대생은유람중

• 오늘은 출국날이라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고, 마지막으로 난징의 국민당 총통부를 가보기로 하였다. 이틀 전에 봤던 미령궁이 국민당 정부의 관사라면, 이곳은 청사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입구에 가보니 줄을 서는 곳에 짐검사까지 하면서 경비가 삼엄하게 되어있었다. 천안문 광장 입구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아무래도 국민당 정부의 유적지이기도 하고, 공산당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집결하기 좋은 위치라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문만큼은 아니지만 경비가 다소 삼엄했던 총통부. 들어서면 뜬금없이 우측사진과 같은 모택동의 글이 있다.

• 안에서 표를 살 수 없고, 보통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거나, 밖에 있는 매표소에서 사야 했는데, 정말 정말 다행히도 예약이 다 차진 않아서 표를 구매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렇게 예약이 필요한 곳은 전날이나 전전날 예약하지 않으면 인원이 다 차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어쩌면 운이 좋았던 것이다.

• 검표를 하고 들어서니 정말 뜬금없이 모택동이 했던 말이 (뜻이 이해는 안 되지만) 비석으로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국민당 정부 유적지지만 너희들은 중국에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표어들 때문에,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구나 하는 생각을 이따금씩 곱씹게 되는 것 같다.

• 비석을 돌아 본격적으로 청사 건물들을 둘러보니 신기하게도 중앙에 연못과 중국식 정원이 어우러져있었다. 일하던 직원들이 머리가 아프면 이곳에 와서 한 바퀴 돌고 이야기도 나누면 참 좋겠다 싶었다. 딱딱하게 지어진 요즘 회사 건물들보다 백배는 나아 보였다.

관저와 정원이 잘 어우러진 총통부

• 먼저 중정처럼 되어있는 연못을 지나면 중앙에 계속 집무실들이 이어져있다. 중정과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나오는 기암괴석들이 집무실 건물들과 정말 잘 어우러져있었다. 좀 더 가다 보면 거대한 건물과 함께 쑨원이 좌우명으로 삼은 ‘천하위공’ (천하는 모두를 위한 것) 이라는 현판이 보이고, 역시 사이드에 수많은 집무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 방들은 들어가 볼 수도 있었는데,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역시 흥미롭게도 쑨원에 대한 기록과 사진은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장제스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고, 정말 딱 한 장만이 작은 집무실에 걸려 있었다. 국민당에 대한 흔적을 어떻게 해서든 옅게 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의도인가 싶었다.

집무실 여기저기
쑨원의 기록이 많았던 총통부
수많은 방들 중에 장제스 사진이 있는 곳은 여기뿐이었다.

• 중앙의 집무실 건물들과 달리 좌측으로 가면, 잘 수 있는 곳도 좀 있고, 관우를 모시는 사당도 있어서 약간은 생활공간에 가까운 곳들이 많았다. 반면 우측으로 가면 당시의 부처 건물들과 함께, 지금은 마약 근절을 위한 전시가 되어있었다.

(좌) 당시 아편에 중독된 청나라인들. (우) 아편을 엄격하게 근절하고, 대량 폐기한 흠차대신 임칙서 동상

• 총통부의 후문으로 가면 1912 거리가 나오는데, 1912년은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으로서 근대화가 시작된 해이다. 이 거리는 회색의 석조로 된 건물이 많고, 규칙성 있게 잘 나열되어 있었는데, 건물들은 중화민국 당시 (1920~1930년대) 관청과 주택으로 쓰였다고 한다.

총통부에서 보이는 1912 거리의 건물들

• 점심때가 되어 금릉소관 (진링샤오관)이라는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무난하게 괜찮은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사진은 찍지 않았다)

• 점심을 먹고 1912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1912 거리에는 외선순환을 하는 아주 작은 꼬마기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기차라고 하기도 뭐 할 정도로 진짜 귀엽고 작은 꼬마열차였다.

• 이때까지 갔던 중국의 유명한 거리들에 비하면 15분이면 다 돌 정도로 넓진 않은 곳이다만, 석조 건물들과 가로수가 잘 어우러져 예쁜 거리였다. 초여름이 되어서 나뭇잎들이 푸릇푸릇 해지면 더더욱 예쁜 거리일 것 같았다. 걷다 보면 가끔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곳도 있었고, 여기도 유명한 난징대패당이 있었다. 분위기 좋은 펍과, 음식점, 카페들도 많이 밀집해 있었다. 이런 길을 걷노라면 중국에는 명, 청대나, 근대 건물들이 보존이 잘 된 거리가 많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였다.

1912 거리 여기저기

• 오후 4시 비행기인지라, 1912 거리를 나와서 큰길가에서 택시를 불렀다. 날씨도 참 좋고, 마침맞게 1912 거리 앞도 예쁜 연립주택들이 있어서 더더욱 떠나기가 아쉬워졌다. 북경만큼 거대하진 않지만, 은근히 유적도 많고, (비교적)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들이 많았던 난징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난징 루커우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떠나기 아쉬웠던 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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