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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난징 여행기

Day 3 : 양저우 - 대명사, 수서호, 동관지에

by 공대생은유람중

• 난징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양저우라는 곳이 있다. 난징만큼 번화한 곳은 아니다만, 도시에 대운하가 흐르고 있어서 예로부터 상업과 문화가 발전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관광하기에도 제격인 곳이다. 볼만한 곳이 제법 많아서 하루만 머물기엔 촉박하다만, 난징에서 멀지 않으니 당일치기로 몇 군데만 골라서 가보기로 하였다.

• 먼저 아침에 일어나서 9시 반쯤에 난징역에 갔는데, 오전에 기차표는 다 매진이었다… 하는 수 없이 1시쯤에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를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기차는 역시 미리 예매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 시간이 약간 뜨긴 하다만, 마침맞게 난징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현무호가 있었다. 역이 성벽 근처는 아니고, 현무호가 워낙 넓다 보니 호수 남쪽은 성벽, 북쪽은 기차역이 있는 식이었다. 시간도 꽤 남고 하니, 여유롭게 현무호 주변을 걸어볼까 싶었다.

지금은 시민공원 역할을 하는 현무호

• 넓은 현무호를 걷다 보니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고, 천천히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좀 보였다. 한강공원처럼 여느 수변 공원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 현무호는 호수긴 하다만, 주변에 조경물들이 간혹 나타나서 걷기에 아주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재밌게도 호수이긴 하다만, 중간에 아주 작은 섬이 3개가 있어서 다리로 서로 다닐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현무호 여기저기


• 다리를 건너 작은 섬을 가보니 ‘선봉서점’이라는 서점도 보이고, 맥도날드도 옆에 있었다. 점심을 먹기 애매해서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간단히 먹고, 옆의 선봉서점을 구경하였다. 책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잘 정렬된 예쁜 서점이었다.

호수 중간에 작은 섬에 있던 예쁜 서점과 맥도날드

• 현무호를 구경하고 남경역에 도착하고 양저우로 가는 기차를 탔다. 1시간가량을 가서 도착해보니 대략 2시가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명소를 다 보기에는 촉박할 것 같고, 먼저 유명한 절인 대명사 (따밍쓰)를 들렀다.

따밍쓰 (대명사) 입구

• 어제는 계명사를 갔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계명사보다 훨씬 경내가 넓고 건물 배치도 마음에 들었고, 근래 갔던 절들 중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일주문 같은 대문을 지나면 역시 여기도 소원을 비는 큰 향로가 있다. 절답게 대문을 지나서 큰 대웅보전이 있는데, 다른 건물들 역시 규모가 크고 배치가 빽빽하지 않아서 보는 나도 여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경내에 있는 흰 자갈로 된 정원이 일본식 정원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유로운 건물 배치와 적당한 나무들의 조화가 좋았다.

대명사 전경

• 대명사의 하이라이트로 굉장히 큰 탑이 있는데, 10층 아파트보다는 확실히 높아 보였다. 추가로 티켓을 구매하면 이 탑 위에도 올라갈 수 있는데, 들어가 보니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탑 위를 올라가 보니 양저우 시내를 저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굽이굽이 호수가 보이는데, 여기가 그 유명한 ‘수서호’인가 싶었다.

탑 위에서 보는 대명사와 양저우 전경

• 대명사를 구경하고 나와서 양저우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수서호로 향했다. 항저우에는 서호가 있고, 이 양저우에도 서호가 있는데, 양저우 쪽이 좀 더 규모가 날씬해서 날씬한 서호인 ‘수서호’라고 불린다고 한다. 항저우의 서호도 가본지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을 알고 있다만, 지도를 보니 이 수서호도 절대 만만하게 볼 사이즈는 아니다. 구석구석까지 다 걸어 다니면 정말 최소 4시간 이상은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중국 관광지 사이즈가 스케일은 확실히 어딜 가든 큰 것 같다.

수서호 입구

• 100위안이나 되는 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니 거대한 정원 중간중간에 물길이 나있었다. 내가 생각한 호수공원은 보통 거대하고 동그란 모양의 담수에 그 바깥쪽을 뱅 둘러 걷는 것이었다만, 이곳은 오히려 거대한 정원에 수로가 나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호수는 호수인 것이, 물이 흐른다는 느낌은 나지 않고, 흘러도 굉장히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낮의 수서호

• 개인적으로는 항저우의 서호보다 수서호가 더 좋았는데, 왜냐하면 오히려 호수가 좁기 때문에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는 다리도 많고, 호수가 동그랗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튀어나오는 지형이 있어 중간중간에 호수와 어우러지는 전각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 정말 이렇게 넓은 호수와 정원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구석 놓치지 않고 기암괴석이나, 전각들이 매번 나타난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대체 이렇게 넓은 정원은 어떻게 관리할까 감탄만 나오는 부분이었다.

• 6시가 다되어가니 전각들이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등 형형색색으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낮에 봐도 예뻤는데, 밤의 정원 풍경이 이런 색들과 어울리니 더더욱 예뻐졌다. 정말 기대 이상의 풍경이었다.

밤의 수서호

• 4시 반쯤에 수서호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6시 반이 되었다. 당연히 다 보진 못하였음에도 걷기만 하니 힘들어서 수서호를 빠져나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호수가 너무 크다 보니 출구까지 가는 것도 정말 일이었다. 다리는 아픈데 나타나는 전각들과 조명은 너무 예쁘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 해가 지고, 저녁 시간이 되어 유서 깊은 거리인 ‘동관지에 (동관가)’로 택시를 타고 갔다. 수서호에서 약 7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니 오래된 듯한 석조 건물들이 길게 뻗어있고, 양 옆으로 무수히 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찾아보니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

동관지에. 옆에 고풍스런 스타벅스도 보인다.

• 동관지에는 이름 그대로 동쪽관문 거리라는 뜻으로, 동관지에 끝에는 거대한 성문인 ‘동관’이 있다. 양저우의 동문 역할을 동관을 나가면 바로 길 건너서 긴 운하가 있는데, 수로로 교역을 하던 상인들과 물자가 처음 맞닥뜨리는 이 거리는 당나라, 송나라 때부터 이미 번성한 곳이라고 한다.

• 역사도 역사 다 만, 너무 오래 걸어서 사실 주변 가게를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보다 빨리 밥을 먼저 먹고 싶었다. 따종디엔핑 어플로 맛집을 찾아보니 ‘아삼수민간회양채’라는 곳이 꽤 크고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동관지에 입구에서 5분쯤 걸어서 음식점을 찾아갔다.

• 가보니 여기가 큰 식당이긴 한 것 같은 게, 음식점 바깥쪽에 일주문처럼 큰 문이 세워져 있었다. 시간은 오후 7시다만 음식점을 들어가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도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는데, 다행히도 10분 정도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다.

규모가 거대했던 오늘의 저녁 식당

• 음식점에서 양저우 볶음밥, 홍소육, 송수구이위를 시켰다. 홍소육이야 중국 어디서든 많이 먹는 음식이고, 송수구이위는 보통 쑤저우, 상하이에서 많이 시켜 먹는 음식인데, 이 볶음밥이 양저우에서는 각별하다.

양저우 볶음밥과 홍소육.

• 볶음밥이야 물론 중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저우 차오판 (볶음밥)은 중국에서 하나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맛있기로 유명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양도 1인분치고는 푸짐한데, 만원을 넘지도 않는다.

• 그 유명한 양저우 차오판이 나와서 먹기 전에 대강 보니 엄청나게 비싼 식자재가 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무난한 재료로 만들어서 볶음밥이 얼마나 맛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한 입 먹었는데… 맛있다. 정말 맛있다. 볶음밥이란 게 맛있게 만들려면 해물을 다양하게 넣고 치즈를 넣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도 정말 맛있다. 비싼 호텔 뷔페에서 제공하는 삼선 볶음밥, 게살 볶음밥을 가볍게 제치고서 먹어본 볶음밥 중에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재료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찾아보려고 했는데, 옥수수, 강낭콩, 당근, 치킨, 고기, 무, 계란, 쪽파 정도이다. 진짜 신기할 따름이다. 볶는 기술이 다른 것일까? 기본에 충실해도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한 끼였다.

•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동관지에를 천천히 구경했다. 정말 걷기만 해도 예쁜 거리였다. 곳곳에 인테리어 소품들도, 실용적인 물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만, 굳이 손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아서 구경만 하고 쭉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양저우 동쪽 관문인 동관이 나왔다. 생각보다도 상당히 거대한 관문이었다.

동관지에 끝에 나오는 동관. 단순히 동쪽 관문이라는 뜻일 것이다.

• 동관 밖을 나와보니 마르코 폴로 동상이 있는데, 그 앞 공터에서 50~6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음악을 틀고 신바람이 나서 단체로 춤을 추고 계셨다. 어떤 분들은 제대로 옷을 입고 오시기도 하였다. 이상한 관경이기도 하다만, 나이를 먹고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흥이 나서 즐기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좋게 보였다.

어떤 동호회인지 모르겠지만 신바람이 난 어르신들.

• 길을 건너니 긴 하천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국대운하’라는 표석이 있었다. 상업으로 번성한 양저우의 흔적이었다. 지금은 운하 양 측이 한강공원처럼 좋은 산책로가 되어서 양저우 시민들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기타를 들고 버스킹을 하기도 하였다. 이곳도 예쁘게 불을 켜놓아서 야경과 잘 어울렸다. 몇몇 유람선도 야간에 운행하는 것 같았다.

동관 맞은편에 있는 긴 중국대운하

• 양저우 운하를 좀 걸으면서 더 즐기고 싶었다만, 난징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9시까지 양저우동역으로 갔다. 1시간가량을 걸려 다시 난징으로 돌아간 다음, 발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양저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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