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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하이 여행기

Day 1: 북한식당 (고려평양관), 와이탄

by 공대생은유람중

• 상하이에는 2개의 국제공항인 홍차오, 푸동 공항이 있는데, 아마 대개는 상하이 중심에서는 오른쪽으로 멀리 떨어진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 공항에 대개 시내로 가는 지하철 혹은 리무진 버스가 있을텐데, 놀랍게도 상하이에는 시내까지 가는 자기부상열차가 있다. 타보니 300 km/h 이상의 속도로 시내를 빠르게 주파해서, ‘롱양루’라는 역까지 34 km의 거리를 6분만에 갔다. 오히려 롱양루 역에서 내려서 시내 지하철로 갈아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상하이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여 현대적인 도시라는데, 시작부터 벌써 기대가 되었다.

(좌) 미친 듯한 속도로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 (우) 롱양루 역



• 호텔에 와서 짐을 풀고 길을 나서니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날이 좀 더 빨리 저물었다. 천천히 상하이 시내를 걷다가 ‘난징동루’ 라는 곳에 도착하니, 화려한 상점가들, 백화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길가에는 비와 함께 네온사인이 여기저기 어우러져 제법 1900년도 초반의 운치가 났다. 이곳은 1800년도 여러 서양 열강으로부터 조차 되었을 시절부터 생겨난 길이라고 하니, 중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함께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난징동루 전경. 중간에 관광용 꼬마기차도 다닌다

• 난징동루에 도착해서 첫날이긴 하다만,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발마사지샵인 ‘도원향’ 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갔던지,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을 정도였다. 마사지 받을 자리를 안내받으니 차와 간식, 귤을 주셨다. 중국은 어딜 가든 마사지샵에서 꼭 따뜻한 차는 내오는 것 같다. 마사지는 특별히 좋다까지는 아니다만 한국에서보다 저렴한 가격과 깔끔한 내부로 갈만은 한 것 같다.

마사지샵 도원향 입구

• 도원향에서 마사지를 받고, 북한 음식을 먹기 위해 평양고려관 (럭스몬 호텔점)을 찾았다. 음식점은 호텔 건물 2층에 있었고, 가보니 음식점 입구에 북한 글씨체로 아주 커다랗게 ‘고려관’ 이라고 써있었다. 들어가보니 아무말도 안했는데, 한국어로 (정확히는 조선말로) ‘두 분이십네까?‘ 하고 북한 말투로 종업원이 물어봤다. 한국인인줄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하며 ’네‘하고 자리를 안내받으니, 공연이 잘 안보이는 구석자리를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서 여기에 자리를 줬나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중앙 자리가 다 차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가 남한 사람이라 푸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남북관계가 냉랭할 때는 북한식당에 입장조차 못한다고 되어있으니, 들어가기라도 한게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좌) 빨간 글씨로 큼직하게 써있는 고려관이라는 글씨가 인상적이다. (우) 시원한 대동강 맥주

• 북한 식당에 왔으니, 일단 냉면과 대동강 맥주를 시켰다. 먼저 맥주가 나와서 대동강 맥주를 한잔 했는데, 다른 기술력은 밀려도 역시 맥주는 북한이 남한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냉면은 한국에서 평양냉면처럼 엄청 슴슴할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의외로 일반적인 함흥냉면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위기 탓인지, 실제로 그런지 몰라도 그래도 육수 맛이 좀 더 인공적인 맛보다는 깊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다음에 순대와, 메추리 구이를 시켰는데, 사실 냉면보다는 이게 더 별미였다. 순대는 남한에서 먹는 것처럼 당면순대가 아니고 안에 찹쌀이 들어있었는데, 간이 슴슴하면서도 또 찹쌀에서 은은하게 고소한 맛이 났다. 순대를 된장과 같이 찍어먹으니 간이 딱 좋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에 메추리 구이가 딱 2마리가 나와서 한마리씩 먹었는데, 처음 먹은 메추리였다. 메추리가 작아서 생각보다 많이 먹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치킨보다 더 고소한 치킨 맛이었다. 사이드로는 모듬김치를 시켰다. 왠지는 모르겠다만, 다들 여기서 김치가 맛있다는 평이 많아서 시켰는데, 김치가 시원하면서도 달달해서 남한에서 먹었던 것보다 확실히 맛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럿이서 와서 다른 메뉴를 먹으면서 사이드로 몇 점만 먹으면 좋을텐데, 쓸데없이 많은 양의 김치를 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자리를 내주는 데는 푸대접이었다만, 적어도 음식만큼은 정성이 들어갔으니 ‘남북관계 때문에 그들도 어쩔 수 없겠지’ 생각하고 맛있게 먹고 나왔다.

의외로 평범?했던 냉면과, 쫀득한 찹쌀순대
(좌) 고소했던 메추리구이 (우) 시원하고 달달했던 모듬김치


• 저녁 식사를 하고, 와이탄 쪽으로 넘어왔다. 짧게 와이탄에 설명하자면, 1840년 전후 중국이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상하이 일부를 조계지로 내어주게 되는데, 그 지역이 바로 이 황푸강 유역인 ‘와이탄’이라는 곳이다. 사실상 영국땅이 되어버린 이 곳에 영국인들은 본인들의 양식대로 은행, 호텔, 관공서 등을 짓게 되는데, 이게 황푸강을 따라 약 1.5 km 줄 지어져 있어서 현대적인 상하이와 대조되는 장관을 이루게 된다.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건물들은 밤에 노란 조명들이 켜져서 도저히 사진과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야경을 만들어낸다. (다만 밤 10시 이후로는 소등하니 그 전에 방문하자) 황푸강을 따라 와이탄을 걷는데, 야경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와 어떻게 이렇게 예쁘지’라는 혼잣말을 수도 없이 많이 했던 것 같다.

와이탄으로 가는 골목길. 여기도 꽤 운치있다.
현재까지도 은행, 보험사 건물로 쓰이는 와이탄의 근대 건축물들
황푸강 너머 보이는 동방명주와 다소 현대적 건물들

• 와이탄 쪽이 아니라 황푸강을 건너 저 반대편에는 그 유명한 동방명주와 함께, 여러 기업 건물들도 야경을 밝히고 있었다. 상하이를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이 황푸강을 기점으로 왼쪽은 근대 건물들, 오른쪽은 현대 건물들이다만, 이 조화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 황푸강을 따라 천천히 걷고, 호텔로 복귀하여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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