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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하이 여행기

Day 2: 아름다운 물의 도시 쑤저우

by 공대생은유람중



"上有天堂 下有苏杭"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


• 쑤저우는 곳곳에 수려한 정원들과 운하가 많이 발달하고, 겨울에는 온난하여 돌아다니기도 좋다. 그러니 항저우와 더불어 예로부터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혔다. 쑤저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도시 곳곳에 물이 흐르고 운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인데, 덕분에 생겨난 이 특이한 풍경 덕분에, 지금은 ‘동양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리고 있다.

• 이번에 나는 상하이에 숙소를 두고 쑤저우까지 당일치기를 하였다. 정말 상하이가 여행하기 좋다고 느낀 것이, 상하이 역에서 쑤저우역까지 약 6천원의 금액으로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기차표를 사거나, 기차를 탈 때 여권 지참해야하는 것을 잊지 말자!)

깔끔했던 상하이의 기차역과 고속열차 내부


• 쑤저우역에 먼저 도착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옛 거리 중 하나인 ‘산탕지에’ (山塘街) 라는 곳을 갔다. 정말 듣던대로 운하가 마을 곳곳에 뻗어있었고, 집들은 운하에 바짝 붙어서 지어져있었다. 물이 깨끗한 것도 아니고, 집들도 그다지 정비 된것은 아니었다만, 집들의 흰 벽과 검은 천장들이 운하와 꽤나 잘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운하와 옛날 건물들이 조화로운 산탕지에



• 이 곳에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제법 있는지, 전병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곳도 많았고, 반찬 같은 것들도 팔고 있었다. 흡사 인사동과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실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주전부리가 곳곳에 있는데 썩 입맛이 돌지는 않았다.

• 운하 안쪽에 있는 옛거리를 족히 1시간 넘게 걸었는데, 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있었다. 인사동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인사동은 거의 길 입구 수준으로 짧을 정도이다. 중국은 정말 어딜 가든 랜드마크의 스케일이 다른 것 같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 꽤 걸었고 점심 때가 되었다. 왠지 현지 중국인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을 찾고 싶었다. 중국에서 구글맵은 잘 쓰이지 않지만, 검색해보니 ‘야빠셩지엔’ (哑巴生煎) 이라는 음식점이 평이 좋았다. (셩지엔은 만두의 일종). 음식점은 ‘관첸지에’ (观前街) 거리 외진 곳에 있어서 관치엔지에까지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려 쌀쌀한데, 겨우 만두 먹겠다고 이렇게 걸어야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관치엔지에. 만두를 먹으러 가는 길

• 허기가 지는데 20분 정도를 걸어서 2시 넘어 도착을 하니, 이 시간에도 손님들이 카운터에서 꽤나 줄을 서있었다. 먼저 음식을 골라서 계산을 하고 식권 같은 것을 받으면 그것을 주방에 직접 넘겨서 음식을 기다렸다가 받는 방식이었다. 사실 나도 중국어에는 그리 능통하지 않은지라 셩지엔만 확실히 시키고 나머지는 대충 감으로 때려맞춰서 다른 것들도 주문을 해보았다.

평범해보였던 ‘야빠셩지엔’ 1층 좌석. 저기 작은 철문을 통해서 음식을 받는다

• 워낙 잘되는 집인지라 2층도 좌석이 있어 그리로 올라갔는데, 받은 음식은 셩지엔, 소고기탕, 만두국, 그리고 연잎밥 이었다.

• 일단 셩지엔 만드는 것을 봤더니 기름을 두른 철판에 만두를 찌는 방식이다. 그러니 철판이 눌러붙은 곳은 군만두처럼 바삭바삭해지고, 나머지 부분은 찜기가 쪄서 찐만두처럼 된다. 난생 처음으로 셩지엔을 한입 물었는데, 와… 이렇게 맛있는 만두가 세상에 존재하다니. 지금까지 먹었던 만두 중에서 단연코 가장 맛있었다. 아까 고생해서 걸어온게 정말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찐만두와 군만두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서도, 안에 있는 고기의 육즙이 살아있어서 한국의 그 어떤 만두와도 비교가 불가할 것 같았다.

가히 인생 최고의 만두였던 셩지엔

• 그 밖에 만두국을 먹었는데 보기와 비슷하게 우리가 생각한 슴슴한 만두국 맛이었다. 다만 만두 자체는 한국의 만두보다 고기가 좀 더 다져져있었고, 약간의 고기향이 좀 더 셌다. 셩지엔도 맛있었는데,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이 만두국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소고기 국 역시 한국과 다른 향신료 맛이 살짝 나긴 하다만 무난하였고 연잎밥은 정말 한국의 연잎밥과 완전히 같은 맛이 났다.

•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점심을 먹고나서 커피가 당겨서, 루이싱 커피 (중국의 커피 체인점)를 들렀다. 가보니 카운터에 주문을 받는 곳이 없어서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루이싱 커피는 어느 지점이든 (적어도 내가 가본 곳은) 휴대폰으로만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이런 점은 굉장히 ‘첨단’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커피도 못 마시는건가?’ ,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기술발전과 기술격차해소란 역시 동시에 고려해야할 사항인 것이다.

루이싱 커피와 장향라떼

• 여하튼 마침맞게 마오타이주에 라떼를 섞은 콜라보 메뉴인 ‘장향라떼’가 막 출시된 참이라, 따뜻하게 해서 먹어봤다. 비싼 마오타이주가 많이 들어있겠냐만은, 먹었을 때 마오타이의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도 라떼와 꽤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 의외였다. 콜라보 메뉴라 계속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중국에 가면 다시 한 잔 해봐야지 생각했다.

• 좀 더 걸어서, 졸정원 (拙政园) 에 도착하였다. 이 ‘졸’은 옹졸하다, 서투르다 라는 뜻을 의미하는데, 정원의 이름을 낮춰부르기 위함이라 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면, 입구부터 넓고 화려하기 그지 없다.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꽃들이 소나무와 함께 반기고, 이곳 정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정원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기암괴석이다. 이런 오묘한 모양의 바위들은 어떻게 대량으로 구해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만, 이 다량의 바위와 함께 적절한 거리감을 두고 각종 건물들, 정자, 연못, 꽃, 나무들이 조화롭게 잘 배치되어있다. 통일감 있게 배치된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 어딜 봐도 똑같지가 않아서 지겹지가 않았다. 정원에서 혼자 고즈넉하게 돌아다니거나, 글을 쓰거나, 술을 한 잔 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구나 싶었다.

이름만 ‘졸’했던 졸정원. 화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또 소박하기도 하다.

• 5시쯤 되니 날이 흐려지고 운하에 붙어있는 건물들은 하나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 우리는 쑤저우에서 유명한 옛거리인 ‘핑장루’로 향했다. 아까 봤던 산탕지에와 크게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는데, 운하에 불을 켜니 낮의 쑤저우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저녁의 거리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해질녘의 핑장루

• 우리는 저녁 때가 되어서 쑤저우에서 아주아주 오래된 (역사가 280년이라고 한다) 식당인 ‘쑹허러우’ (松鹤楼) 라는 곳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쑹허러우 본점은 아니고, 핑장루 (平江路)에 있는 분점이었다.

• 이 곳에 가서 우리는 동파육 (동포어로우)과 송서계어 (쑹수구이위)를 시켰다. 사실 이 유명한 식당에 온 것은 송서계어를 먹기 위함이었다. 이 곳 쑤저우의 대표적인 요리로, 나중에 흑백요리사에서 정지선 셰프가 만들어서 한국인들에게 약간은 알려지기도 했다.

쑹허러우 전경과 동파육
기가막힌 맛의 송서계어

• 그 유명한 송서계어를 먹어본다니, 정말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나온 송서계어를 보니, 쏘가리에 칼집을 내서 튀긴 다음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내어져 있었다. 칼집 덕분에 팝콘처럼 생선살을 톡톡 떼어먹을 수가 있는데, 부드러운 속살과 바삭한 껍질은 겉바속촉의 정수였다. 거기에다 토마토 베이스의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지니 한입 먹자마자 금새 계속 먹고 싶어졌다. 도대체 왜 이건 한국에 없는걸까...

• 기가막히게 맛있었던 송서계어를 먹고 나오니 핑장루는 완전히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비맞으면서 걷는게 썩 유쾌하지는 않다만, 운하와 조명 그리고 옛 거리와의 조화와 잘 어울려서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해가 지고난 후의 핑장루

• 핑장루를 좀 더 산책하고 기차를 타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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