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5 : 소우산 동물원,용호탑, 연지담, 아이허강
• 푹 자고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갈까 하다가 동물원을 가기로 하였다. 실은 동물원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는데, 즉흥적으로 모두 가볼까 하는데 동의하였다. 동물원에 크게 기대는 없었다만 생각보다 가볼만한 곳이었다.
• 들어가려고 보니 입장료가 40 달러 (약 1600원) 밖에 하지 않았다. 매표소를 지나고 입구를 지나가는데, 굉장히 신기하게도 야생원숭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몇 마리가 갑자기 우리에게 습격을 하더니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뺏어가버렸다. (!!!) 동료 중에 한 명이 약간 감기기운이 있어서 약을 산 것이었는데,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게 먹은 것인줄 알고 원숭이들이 기가막히게 약탈해버린 것이다. 원숭이들이 약을 뺏어서 포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데, 곧 먹을게 아닌 것을 알게 되니 아무데나 던져버렸다. 약을 뺏긴건 아쉬운 일이다만 참 어디서도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아마 동물원에서 본 그 어떤 동물보다 이게 더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 들어가보니 전형적인 동물원과 비슷해보였는데, 숲이 울창한 대만이라 그런지 동물들 우리와 주변 나무들이 한국에 비해 훨씬 잘 어우러져있다고 생각되었다. 우리 안에도 식물들이 꽤나 잘 자라고 있었다. 저번에 싱가포르도 그렇고 더운 곳이라 그런지 나무를 활용하기에 좋은게 아닌가 추측하였다.
•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귀여운 미어캣들이 반겨주고, 라마, 호랑이, 매, 곰, 낙타, 거북이 등등이 있었다. 동물원이 엄청 큰 규모는 아니다만, 갖춰야할 동물들은 웬만해서 잘 갖추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가끔씩 지나가던 야생 원숭이들도 볼 수 있다.
• 생각보다 괜찮았던 동물원을 보고 오후 열두시 반이 되어 拾七 (십칠, 스치) 이라는 훠궈집 앞에서 10분 정도 대기를 해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굉장히 넓은 음식점이었다.
• 일단 기본탕은 스키야키 혹은 훠궈탕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스키야키는 담백하고 훠궈는 맵고 자극적이다. 둘 다 먹어보니 둘 다 각자 다른 특징으로 맛있는데, 주변을 보니 대개 훠궈를 많이 선택하기는 하였다. 탕을 선택하면 고기를 두 가지 종류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네 명인지라 다양하게 시켜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나눠 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이 고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드로 다양한 야채를 포함해서, 피쉬볼, 두부피, 옥수수 등등이 나와서 고기와 함께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오랜만에 상당히 맛있는 훠궈를 먹어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 음식점을 나와보니, 주변에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나도 ‘mitoe’ 라는 가게에서 코듀로이 미피 인형을 건지고, 옆에 9x9 stationary (九乘九) 라는 대형 문구점이 있어서 대만의 문구점도 구경해보았다. 구조는 한국의 대형문구점과 비슷하였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나와서 보니, 또 옆 골목은 여러 옷들을 파는 편집샵 같은 곳들이 많이 있었다.
• 점심을 먹고 살짝 거리 구경을 한 다음, 택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가오슝에서 유명한 연지담과 용호탑에 도착하였다. 연지담이라는 담수호에 쌍둥이 탑이 있는데, 탑의 입구가 각각 용과 호랑이로 되어있었다. 용호탑이라는 이름 그대대로였다. 원래는 탑 안에 계단이 있어서 탑 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아쉽게도 공사중이라 올라가진 못하고 겉모습만 봐야했다. 용과 호랑이 상이 너무 최근에 만든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니 실제로 꽤나 최근인 1976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 연지담은 관광지로 많이 오기도 하다만, 관광지보다는 가오슝 시민들의 시민공원으로 더 많이 쓰이는 듯 보였다. 용호탑 바로 옆에서는 무대를 차린 야외공연이 있었고 (아쉽게도 재미는 없어보였다…), 연지담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이 있었다. 호수 주변에는 도교 사당도 정말 많이 보였다. 제일 흥미로운 것은, 호수 위에 케이블카처럼 전동로프를 설치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몇몇 사람들이 로프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호수를 뱅글뱅글 돌며 수상스키를 타고 있었다.
• 다음으로는 저녁 때가 되어, dua 호텔 3층에 있는 열품항식찬정이라는 딤섬집에 갔다. 볶음밥과 야채를 곁들여서, 창펀 (만두피가 흰 찹쌀 부침으로 되어있다), 시우마이, 하가우 등 여러 딤섬을 맛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사진을 깜빡하고 많이 못찍었다만, 개인적으로는 딘타이펑보다도 더 맛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 야무지게 저녁을 다음, 개인당 5만원 정도를 내고 두피마사지를 받았다. 보통 대만에서는 洗发 (시파, 머리감기 정도의 뜻)라고 하는데, 머리만 감겨주는게 아니라 마사지도 같이 겸하고 있다. 사실 여긴 조금 고급화 되어있어서 비싼 편이었는데, 혹시 한두명이 여행하는 것이라면 동네 미용실에서 더 싼 값에 해주는 곳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들어가보니 관리하시는 분이 머리를 감겨주시고 머리를 비롯해서 목, 어깨까지도 야무지게 마사지를 해주셔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 마사지까지 시원하게 받고나니 10시가 넘어있었는데, 오늘이 마지막 가오슝 밤인지라 다들 호텔에 들어가기를 아쉬워 하였다. 그래서 아이허 강이 보이는 펍을 찾아 나섰는데, 생각보다 펍이 몇 개 되지 않고, 유명한 곳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곳이 많았다. 열심히 찾아서 별로 유명하진 않다만 평점이 꽤 괜찮은 uncle bob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인 내외 분들이 정말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는 곳이라 적극 추천할만한 곳이었다.
• 음식점에 들어가보니 그리 넓은 곳은 아닌지라 1층에는 테이블이 2개 밖에 없었고, 대만인 아주머니와, 호주에서 온 아저씨가 운영을 하고 있었다. 대만인 뿐만 아니라, 서양인들도 1층에서 많이들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층에는 자리가 다 찬지라 우리는, 3층 테라스에 올라가서 아이허 강을 보면서 맥주를 한잔씩 했다. 사장님이 호주 사람이라 그런지, 피쉬앤칩스 맛이 기가 막혔다. (영국보다 더 나을지도) 한강에 비하면 아이허강은 좁기는 하다만, 강을 내려다 보면서 마시는 맥주맛은 일품이었다.
• 위에서 여유롭게 즐기던 중에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주를 들고 황급하게 1층으로 피하니, 주인 내외 분들도 예기치 못한 비에 우리 자리를 마련하느라 바빴다. 자리가 다 차서 어쩔 수 없이 카운터 바로 앞자리에 앉아 넷이 주르륵 앉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그게 미안했나보다. 정말 감사하게도, 예거마이스터 한 잔씩을 무료로 주셨다. 참 정이 많은 사람 같았다.
• 아쉽게도 아이허강을 조망할 수는 없다만, 야외로 뚫린 가게 안에서 비소리를 듣고,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노래를 듣는 것도 운치 있었다. 자리가 불편해 보이는지 아주머니가 결국에 테이블을 급히 마련해주셔서 테이블에서 앉아서 마저 마실 수가 있었다. 그렇게 빗소리를 들으면서 마지막 밤을 마무리 하였다.
Day 5
• 오늘은 13시 45분 출국이라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두 명은 지쳐서 각자 숙소에서 밀린 잠을 청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마지막 날 오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멀지 않은 sunfong temple (삼봉궁)으로 갔다.
• 갔더니 여느 도교사당과 아주 다르지는 않아서 도교 신들을 모시고 있었다. 마침 어떤 행사 혹은 의식 중인지, 여러 작은 동상들을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당 앞에서는 귀가 멍멍할 정도로 폭죽을 많이 터트리고 있었다. 이층에도 사당이 있어서 이층을 구경하고 내려왔다.
• 마지막으로 합류해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