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 가오슝 여행기

Day 3 : 영국 영사관, 치진 섬

by 공대생은유람중

• 그러고보니 대만에 와서 대만스타일의 조식을 한 번도 먹지 않았기에, 유명한 가게를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美迪亞漢堡店 (메이디야한바오디엔) 이라는 곳을 찾아가보니, 아침 9시임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거의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가게 앞에서는 열심히 탕을 끓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면, 국물, 건더기 모두 거를 타선이 없었던 새우탕면

• 여기서 유명한 것은 새우탕면과 샌드위치인데,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지만 새우탕면은 어디 가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다. 새우탕의 가격은 4000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데, 안에 면을 비롯해서 새우, 조개, 완자, 계란 등등 해물 구성이 알차고 푸짐하게 들어있다. 면은 단순 밀가루가 아니라, 어떤 곡물을 같이 썼는지 굉장히 고소하고, 탕의 국물도 역시 깊고 진하다. 한국에서 먹으면 족히 10000원은 받아도 쌀 정도인데 가성비가 굉장히 훌륭했다.

• 오늘은 치진섬에서 해지는 것을 볼 계획이다만, 가는 길에 ‘보얼예술특구’라는 곳을 들렀다. 항구와 가까운 이곳은 70년대에는 한창 물류창고로 많이 쓰였던 곳이다만, 점차 쓰지않게 되어 방치된 곳이었다. 00년대가 되어서 여러 예술가들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이 곳은 이제 분위기 좋은 공연장, 전시회장, 서점 등으로 쓰이고 있었으며, 주변에 예쁜 카페들도 많이 있었다.

이전에는 창고였지만, 전시회장이나 소품샵으로 바뀐 보얼예술특구

• 중간에 가로지르는 예쁜 철길이 있어서 예전에 쓰던 기찻길인가보다 싶었는데, 사진을 찍고 놀다보니 얼마 후에 전철이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는, 실제 사용하는 철길이었다.

보얼예술특구를 가로지르는 예쁜 철길

• 철길에서 사진을 찍고, 미피 전시회장에 가려고 했는데 왠일… 알고 보니 상설전이 아니고, 저번달에 끝난 전시였다… (끄응;)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날씨를 보니 30도. 다들 더위에 지치고 목이 말라서 일단 인근 Li-how라는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는데 동의했다.

유독 더운 날이라 카페에서 더위를 식혔다.

• 더위를 시키고, 큰 서점체인인 Eslite 서점 (誠品書店, 성품서점, 청핀슈디엔)이 있어서 그 곳을 구경했다. 서점인지라 장서도 많이 갖추고 있었다만, 인형, 디퓨저, 블록, 장난감, 술 등등 정말 다양하게 많은 물품도 팔고 있었다. 청핀서점을 나와서 창고로 쓰이던 건물도 이곳저곳 구경해보니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창고 안에는 이런저런 소품샵들과 서점이 있다.

• 다음으로는 택시를 타고 10분정도 이동을 해서 다카오 (가오슝) 영국영사관으로 이동하였다. 참고로 다카오는 가오슝의 옛 이름이다. 1800년대 후반에 개화기에 청나라의 개항으로 인하여 생긴 영국영사관이라고 한다. 지금은 영사관으로 쓰이진 않고 유적지로 남아서, 주로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으며 찻집과 상점을 겸하고 있었다.

맞은편은 시원한 해변이지만, 영사관은 계단을 올라야한다.

• 영사관은 지대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서 계단을 꽤나 올라가야만 했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도 영사관 입구에 작은 사당이 있었다. 그리고 영사관이 있는 곳이 꽤나 높기 때문에, 시즈완 해변과 인근 공원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고 들어가면 빨간색의 이층건물이 맞이하게 되는데, 들어가보니 개항기에 쓰였던 사료들과, 동전들, 배 모형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리 사료가치가 높은 유물들은 많이 없었다만, 시모노세키 조약서에 써있던 (아마 진품은 아닌듯 하지만), ‘중국은 조선의 완전한 독립자주를 인정한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이 먼 나라에서 약소국이어서 오르내릴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의 안타까운 국력이 엿보이는 글이었다.

계단을 오르니 나온 작은 사당과, 영사관 내에 있던 시모노세키 조약서

• 가볍게 영사관을 둘러보고 우리도 이 곳에 앉아서 영국식 티타임을 가지기로 하였다. 이곳은 문화재이긴 하다만, 고풍스러운 찻집으로서의 역할도 강한듯 했다. 바닷바람 맞으면서 마시는 시원한 차 덕분에 어느정도 더위가 가셨다.

그리 크지는 않았던 영사관 건물과, 건물에서 본 시원한 뷰
바다뷰를 보면서 시원하게 차를 한 잔 했다.

• 차를 마시고, 왔던 길이 아니라 반댓길로 내려가보면 오히려 그쪽이 정문인듯 했다. 여기에도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영국식 식기 등이 전시가 되어있었다.

영사관 구역 정문에 있던 건물들과, 내부 장식, 사진들

• 대사관의 정문쪽으로 나오면 바다넘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치진섬이 보였다. 치진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 선착장으로 10분정도 걸어가니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한 구샨항구가 나왔다. 점심 때가 살짝 늦어 이 곳의 골목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서, 평점이 괜찮은 오뎅 집으로 들어 갔다. 漁塘黑鯩 (위탕헤이룬) 이라는 곳이었다. 가보니 아주머니가 정말 다양한 어묵을 쌓아두고 열심히 삶고 계셨다. 1966년 창업이라고 써있는 대문짝만한 글씨 덕분에 더더욱 맛있어보였다. 주문하려고 보니 너무 종류가 많다보니 다 구분은 못하고 이것저것 추천을 받아 시켰다. 구운 어묵, 양배추로 싼 어묵, 피시볼, 두부피 등등 이것저것 추천 받아 먹었는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정말 맛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잘 정비가 되었던 구샨항구
점심으로 먹은 어묵들

• 대만하면 또 빙수가 유명하지 않던가. 골목을 가다보니 海之冰 (하이즈빙)이라는 빙수집이 보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평점도 높고 리뷰도 상당히 많은 유명한 집이었다. 2시 40분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빙수를 먹고 있어서 남은 자리도 거의 없고 2층에도 자리가 있는듯 했다. 우리는 녹차팥빙수와 망고빙수를 시켰는데, 녹차팥빙수는 팥향이 정말 진했다. 녹차의 고소함과 깔린 우유 얼음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었다. 대만에서 망고야 말할 것도 없이 달고 부드러워서 망고빙수 역시 실패없이 정말 맛있었다.

재료가 풍부해서 맛있었던 빙수. 그래서 사람도 많았던 듯 하다.

• 빙수를 먹고 바로 옆에 있는 페리 터미널로 가서 치진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렸다. 통행량이 많아서 그런지 배는 꽤 자주 있어서 5분만에 왔다. 섬이라고 해도 저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가는데 역시 1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좌) 페리 타러 가는 길. (우) 치진 섬 항구

• 치진섬의 항구에 멀지 않은 곳에 일종의 먹자골목이 있고, 그곳을 지나면 ‘태후궁’이라는 곳이 있다. 규모야 대만에서 지나가다 보는 여타 사당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참고로 태후궁은 대만과 중국 해안가에서 많이 믿는 바다의 여신 마조를 모신 곳이다.

치진섬에 있던 태후궁. 전형적인 대만의 도교사당이었다.

• 태후궁과 일종의 번화가 (?)를 지나고 치진섬을 투어하려고 보니, 더워서 정말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전기자전거를 렌탈하는데 모두 동의했다. 알아보니 1시간에 400위안, 2시간에 600 위안이었다. 전기자전거 렌탈 비용치곤 좀 비싸다고 느껴져서 다른 렌탈샵에 물어봤더니 가격은 여전히 같았다. 대개 가격은 다 비슷하게 형성이 되어있는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여권을 맡기고 4인용 전기자전거를 빌렸는데, 전기자전거 위에 차양막이 있고, 달리면서 바람이 정말 시원해서 빌리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군데군데 전기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을 볼 수 있다.

• 치진섬이 다 보려면 생각보다 넓고, 또 사실 다 볼 필요는 없다. 항구에서부터 볼만한 곳은 도보도 잘 되어있지만,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자전거 도로도 정말 잘되어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자전거 길을 따라가다보면 거의 대부분 봐야할 것들은 다 볼 수 있다. 다행히도 자전거를 빌렸더니 샵에서 종이 지도를 하나 주셔서 보면서 따라가면 되었다.

• 아까는 찌는듯 덥더니 해안가를 따라가는 자전거 라이딩이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마 내가 에너지를 쓰는건 아니라서 그럴지도) 중간중간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조형물들도 많았고, 바다가 보이는 예쁜 카페, 펍, 전망대들도 군데군데 있었다. 자전거만 타고 자전거도로를 왕복하면 1시간도 안걸리지만, 중간에 내려서 바다 풍경도 구경하고, 전망대에 올라서기도 하여 넉넉하게 2시간이 조금 안 걸리게 시간을 썼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치진섬 해변을 달렸다.

• 해안가를 따라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왕복하고, 치허우 요새쪽에 있는 작은 터널을 지나 바닷가의 절벽을 구경했다. 터널 이외에도 요새 위로도 올라갈 수 있는데, 열심히 계단을 올라가보니, 이전 유저들처럼 위에는 계단도 있고, 대포같은 것을 놓을만한 공간들도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치진섬의 전경과 더불어 섬을 넘어 가오슝 85타워까지도 보였다. 아래서 볼 때는 몰랐는데, 치진섬의 집들과 상점들이 빨강 파랑, 노랑 굉장히 알록달록한 색감이라 너무 예뻐서 흡사 마카오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 반대편은 우리가 달렸던 해안가의 자전거길, 그리고 드넓은 바다가 보여서 해질무렵의 치진섬과 정말 잘 어우러졌다.

작은 터널을 지나면, 깎아지는 해안으로 된 산책길이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치허우 요새를 올라가면, 이와 같은 멋진 뷰가 펼쳐진다.

• 치허우 요새를 내려오니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페리를 타고 다시 가오슝으로 돌아왔다. 오늘 9시에 발마사지를 예약했는데, 저녁을 먹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돌아다니고 나니 배는 고파서, 리우허 야시장에 가서 간단하게 굴전과, 지파이를 먹었다.

리우허 야시장 전경. 식탁과 의자가 제공되는 것이 좋다.

• 발마사지를 받았더니 아까 대충 먹었던 저녁이 아쉬워서 이자카야에서 간단하게 한잔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