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던 것이 잔뜩 있었던 대학생활 초창기의 연애는 실수투성이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성격을 알아가며, 어렵고 서툴게 인연을 쌓았다. 쓰디쓴 짝사랑도, 여전히 미숙하지만 나름 관록이 생길 정도로 반복했다.
한바탕 폭풍 같은 감정이 지나가면, 으레 이상형에 대한 질문이 돌아오곤 했다. 이상형이라고 하면 대게 호감 가는 외면이나 연예인을 예로 제시하기 쉽지만, 왠지 그런 것은 이상형보다는 '이상향'에 가까워 보였다. 외면에 대한 나름의 호불호는 있었지만 특별한 기준이 있지는 않았고, 곧잘 사람 자체에 대한 분위기를 타곤 했기에, 매번 실패한 인연을 벗 삼아 '이런 사람은 싫다.' 위주의 이상형을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상형이라는 조건의 부피가 커질 때마다, 점점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준에 맞는 상대가 완전할수록, 나의 불완전성이 도드라지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관계의 성립에 있어 상대방만 완벽한 만남이란 존재할 수도 없었다.
요즘에는,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나만큼 부족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딱 나만큼 부족해서, 그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