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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Feb 02. 2024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좋아하다는 동사, 행복하다는 형용사로 분류되어 있다. 좋아하는 것은 형태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행복한 것은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을 한다고 언제나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것은, 대체 언제를 의미하는 걸까?

대학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제목부터 거창한 게 마음에 꼭 들었었다. 친구와 시간표를 맞춰 가며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수강한 강의였지만, 사실 강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저 "교수님께서 일찍 끝내주시는 것이 저희에게 행복이 아닐까요."라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거나, 어렵지 않은 난이의 리포트에 "이런 건 좀 행복하다. 그치?" 라고 말하며 흐릿하게 수강했던 강의였다. 다만 교수님의 모습만은 확실하게 뇌리에 새겨졌는데,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웃고 계셨고 그야말로 '행복'해 보이셨다.

행복에 대해 공부했지만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늘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행복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복을 찾으니,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그저 행복해 보이는 것의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내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시작했던 '좋아하는' 일들도 어느샌가 강박이 되어 버렸고, 행복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며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불행은 온몸으로 감각이 동원되지만 행복은 지각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린다. 요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을 들여 좇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는 순간들, 바람이 선선해져 햇살이 따갑지 않게 어루만져주는 듯한 날씨, 머릿속을 텅 비우고 가만히 앉아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듣는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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