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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Apr 07. 2024

어렸을 적, 꿈을 꾸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사실 꿈이라는 말이 참 모호하다. 장래희망은 너무 폭이 넓은 것 같고, 직업은 꿈을 다 담지 못하는 것 같다. 꿈을 대신할 단어가 없어 그저 꿈이라고 할 뿐인데, 생각해 보면 경계가 모호한 그 단어를 당연하게 사용해 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아이들은 꿈을 꿔야만 하는 사회에서 태어난다.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꿈을 물어본다. 학교에서는 매년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적어내야 한다. 자신의 흥미를 일찍 발견하는 아이들은 쉽게 꿈을 정하고, 관심분야가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주는 꿈을 쉽게 받아들인다. 쉽게 정해진 꿈은, 그만큼 쉽게 가공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모양, 타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모양으로 여기저기 깎여나가다 보면, 결국 꿈이라는 원석의 형태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꿈의 모양을 그대로 지켜내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면, 명사로 쓰인 거창한 꿈 대신 마침표가 찍힌 작은 목표 정도만 세울 수 있는 삶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누구의 때도 묻지 않은, 작은 눈송이 같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다 보면 뽀드득, 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새하얀 설국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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