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의 시대에서 소통의 존재

아리 에스터, <미드소마>

by 웅차

안녕하세요. 뜨거운 태양이 좀처럼 식지 않는 여름에 처음으로 인사말을 남기며 글을 써봅니다.

이번 달에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여러분들을 만나볼까 합니다.


이번 달은 소통입니다. 사실, 여름이 시작되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주제를 정해보려 여러 단어를 줄 세워 후보를 만들어봤지만 ‘소통’ 이란 두 글자가 저의 마음에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이름보다는 그냥 제가 여러분께 말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한 것 같네요.



근원적으로 소통(疏通)의 의미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휴대폰을 켜서 검색해 본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라고 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같은 수단을 쓰지 않아도 그 뜻만 서로 잘 통하면 되는 것이 바로 소통입니다. 소통은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오해와 혐오가 깔린 사회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부재의 존재가 바로 소통이 아닐까 싶어요. 말만 잘 통하면 소통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그 아래에는 상호존중, 공감, 사랑 등의 요소가 탄탄하게 받쳐주어야 하는 굉장히 복합적 행위입니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소통이 안될 때도 있지만 간혹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소통이 잘 되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통을 경험해 봤을 겁니다. 저 또한 친한 친구나 가족들에게서 느낍니다. 분명 우리는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는데,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듯한, 뭔가 갑갑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결국 이 갑갑함은 짜증이 되어 대화가 공중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불타버리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소통 전문가라고 불리는 김창옥 강사님은 부부의 소통을 해결하기 위한 강연을 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기도 해요. 저도 인간관계에서의 해답을 찾고 싶을 때 유튜브의 김창옥 강사님 강연을 종종 듣곤 해요. 우리가 소통을 잘하고 싶어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소통이 왜 필요한 걸까요?


a90761ae2eb64c909f3fd8dcc32ea50c.png 김창옥쇼 저도 유튜브로 자주 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소통의 필요에는 인간이 가진 행복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비율이 큰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연인과의 사이가 좋을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등등. 서로의 뜻을 지지해 주고, 상처에 공감해 주고, 같은 순간에 같은 감정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기본적으로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말과 감정을 이해하며 혼자가 아닌 누군가 지지해 주는 행위들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하고 쉬운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행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어쩌면 소통은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통을 가볍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외롭게 죽어가는 고독사에 대한 대책이 쏟아지는 사회를 사는 우리는 다시 한번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이야기에 비난하지 않으며 소통할 수 있을까요? 이번 달 제가 소개하는 영화와 책을 보면서 소통의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또 행동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상실의 아픔을 소통과 공감으로 치유한 과정을 그린 영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입니다.




1. <미드소마>를 두 가지 각도에서: 사이비 공동체냐 공감의 공동체냐


이 영화를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을 말하는 영화라고 보통 생각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랬고요. 그런데 주인공 대니의 감정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저 공감과 소통으로 상처를 치유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동의하시겠나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 대니는 가족의 상실을 겪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녀는 매번 동생의 메시지 하나에 동생이 살아있는지 걱정하곤 했습니다. 항상 대니는 가족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한 순간 그 걱정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니를 제외한 부모님, 동생은 동시간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갑자기 가족이 없어져버린 대니는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지만, 남자친구는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니의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그녀는 더 이상 아픔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남자친구는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그녀가 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을 스웨덴에 초대한 펠레만은 달랐습니다. 그녀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가 겪은 상실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녀가 겪고 있을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펠레와 이야기할 때 억누르던 상실의 아픔이 눈물로 나오려는 대니를 다독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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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백야축제에 가서도 크리스티안은 대니를 배려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니는 그런 상황이 그저 불편합니다. 계속해서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은 대니의 마음 와 고통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 축제의 호르가 마을의 사람들은 친절해 보이지만 어딘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우는 아기를 자장가를 불러 달래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달랩니다. 마치 아기의 슬픔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죠. 후반부에 대니가 남자친구마저 잃어 울고 있을 때도, 호르가의 여자들은 대니에게로 달려와 대니가 울고 있는 소리와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합니다. 그 순간 대니는 자신의 아픔에 공감받는 기분을 느꼈을까요? 전 아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5월의 여왕이 된 그녀는 이곳을 낯설어하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라고 느꼈을 것 같아요. 자기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잃고 나서의 슬픔을 무조건적으로 공감하는 호르가 주민들에게 그녀는 상처가 치료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대니가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임을 인지한다면 상처를 함께 느끼는 공감받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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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드소마>를 소통의 관점에서: 무조건적 공감이 백해무익할까?


영화 속 호르가 마을 주민들은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합니다. 입으로 내는 소리, 움직이는 몸동작을 그대로 다짜고짜 따라 하면서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려 하죠. 조금 이상해 보이긴 합니다. 아니 많이 이상합니다. 이런 모습을 일반적인 사람이 본다면 소름 끼칠 만큼 이상할 것입니다. 근데 그냥 그런 행동이 공감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건 아닐껍니다.


이런 무조건적 공감은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을 통해 우선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죠. 대니도 주민들의 무조건적 공감에 자신의 감정을 참지 않고 분출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통에 있어서 “무조건적 공감이 백해무익할까?”에 대해 백번 그렇다고 스스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mbti가 유행하고 나서 F와 T의 논쟁이 여전히 식지 않긴 합니다만,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서 F와 T의 공감 문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공감은 소통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죠. 공감은 반드시 말로써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비언어적인 모습으로 다양하기에 따뜻한 말씨가 아니어도 진심이라면 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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