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뱀파이어 아담과 이브에게 태초의 사랑을 배우다

짐 자무쉬,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by 웅차

사랑을 찬양하는 영화. 사랑은 찬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만, 사실 난 사랑을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랑영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다. 한 마디로 오히려 이런 영화는 어렵다. 사랑이 아프다고 생각하는 나는 왠지 아름다운 사랑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모두 나의 연애 경험에서 비롯된 거다. 나를 살리는 사랑을 안 해봤다. 살리기보다 나를 파괴하는 연애가 내가 경험한 사랑이다. 나의 모든 연애는 그랬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버림받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데에서 시작되었다.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매일이 처음과 같은 마음이길 원해서 실수하지 않을까, 잘못하진 않았나 복기하며 나를 그대로 봐주길 원하지 않았다.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그게 계속되었다. 가면을 벗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목구멍으로 다시 삼켰다. 관계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 내 행복과 관계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를 파괴시켰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이브가 아담을 살리고 아담이 이브를 살리는 사랑의 장면은 태초의 사랑을 짐작하게 한다.


아담은 생각이 많다. 특히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인간들을 좀비라고 하면서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만행들이 안타깝다. 이런 세상에서 영생을 살라는 건 아담에게 지옥이다. 삶에 대한 큰 의지가 없다. 그런 아담에게 삶의 이유는 이브다. 이브의 사랑은 아담을 살린다. 아니, 이브는 아담을 살린다.





아담과 이브, 둘이 자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서로 엉켜있다. 아담의 팔과 다리는 이브의 팔과 다리로부터 구별하기 어렵다. 서로가 얽혀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마치 둘의 세상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 엉킨 모습이 서로를 지탱해 주는 뿌리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아담이 있는 디트로이트에 이브가 찾아온다. 아담의 방에서 발견한 총을 보고 이브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게 도와준다. 이브 덕분에 아담은 다시 살아난다. 영생을 즐길 줄 아는 이브는 걱정 많은 아담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담을 사랑해 준다. 이들이 함께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이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 피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아담과 이브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도저히 모르는 상태가 된다. 이대로 함께 죽음을 맞이할 운명에 놓인다. 그러던 와중, 그토록 싫어하는 좀비(인간)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보고 넋을 잃는다.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고, 살고자 하는 욕망이 동시에 부딪힌다. 사랑하고 있는 남녀를 위해 죽지 않을 정도로 피를 보충한다. 사랑이 인간도, 좀비도 모두 살린 셈이다.




아담과 이브에게 배운 교훈

: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랑은 필수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바꿔주고, 세상을 넓혀준다.


(아! 영화가 제목부터 자막까지 오역이라고 하지만, 음악과 영상미 톰 히들스턴과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압도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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