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ant Leadership (섬김의 리더십)

사역일기

by 더 나아가




어떤 리더십은 말보다 뒷모습으로 먼저 증명된다. 오늘 나는 강단 위에서 당당하게 포효하던 사자의 모습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앉은 어느 거인의 뒷모습을 동시에 보았다.


무대 위와 무대뒤의 온도차


​주일 아침, 강단 위의 목사님은 여느 때처럼 당당하셨다. "하나님의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라며 사자처럼 말씀을 선포하시는 그분의 음성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모를 미세한 신호들이 있었다. 자꾸만 가슴을 쓸어내리시며 답답해하시던 모습.

​실제로 가슴이 아프셨다가 괜찮아지셨다는 고백을 덧붙이시며, 목사님은 "저보고 병원 가라는 말 마세요"라는 농담 섞인 말씀으로 우리를 안심시키셨다.

그것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을까. 그때는 그 웃음 뒤의 무게를 미처 다 알지 못했다.


​6명의 꼬마 사자와 킨더조이 케이크


​목사님의 위태로운 완주를 기도로 응원하며 내가 향한 곳은 주니어부 예배실이었다. 올해 우리 부서는 유난히 인원이 적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 합쳐 겨우 6명. 하지만 오늘 그 6명이 기적처럼 '올 출석'을 했다.

​오늘의 설교 주제는 '오병이어'였다. 어린아이의 작은 도시락 하나가 기적이 되었듯, 우리의 작은 헌신이 기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배 후 이어진 생일잔치, 부장 선생님께서 사 오신 킨더조이 한 상자로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멋진 케이크를 만들었다. 부서 재정이 있음에도 선생님은 매번 아이들을 위해 사비로 간식을 준비하신다. 요즘 유행하는 피규어가 들어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는 그 초콜릿 말이다.

​"이거 비쌀 텐데, 이만큼 다 사려면 몇만 원 들어요!"

4학년 남자아이가 툭 던지는 시크한 감사의 표현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잼민력 만렙인 아이는 청개구리처럼 대답하다가도 퀴즈에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바닥을 굴러다니며 그리고 때로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포즈로, 예배 후 저들만을 위한 놀이를 즐기는 이 6명의 작은 사자들. 그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위로 부장 선생님의 '서번트 리더십'이 은은한 향기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평화로운 웃음소리를 깨고 들어온 것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특유의 '걱정인형' 표정을 본 순간 직감했다. "목사님 쓰러지셨어."

​달려간 목양실 앞에는 대학병원 교수이신 집사님이 긴급히 응급처치를 하고 계셨다. 저혈압 쇼크 증세로 쓰러지신 목사님은 감사하게도 의식은 있으셨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당신의 몸보다 '사역'을 먼저 걱정하셨다. 외부 교회 청빙 설교 스케줄에 늦을까 봐 응급실에 가셔서도 부목사님 호출을 명하시고, 결국 제대로 된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퇴원을 강행하셨다.

​설교는 다른 분께 일임했을지라도 얼굴이라도 비춰야 한다며 고집을 내세우신 끝에 결국 그 교회로 향하셨다. 이어지는 성서신학원 졸업과 입학식 일정까지 소화하시려는 목사님의 창백한 얼굴빛이 심히 걱정되었다. 누군가는 고집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년 동안 곁에서 그분을 지켜본 나는 안다. 그것은 고집이 아니라 하나님과 약속한 자리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역자의 숭고한 진심이었다는 것을.

​오늘 나는 두 종류의 서번트 리더십을 보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킨더조이를 건네는 부장 선생님의 다정한 손길과, 쓰러지는 순간에도 양 떼를 향해 멈추지 않는 목사님의 발걸음이었다.

​최고의 서번트 리더는 단연 예수님이시지만, 오늘 내 곁의 스승들은 그 예수님을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오늘 6명의 아이가 내가 보고 느낀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보았기를 기도한다. 작은 정성이 빛을 내는 순간을 체험한 이 아이들이, 훗날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섬기는 리더로 자라나길 소망한다.

​사자의 포효보다 더 강렬했던, 응급실 침대 위에서도 사역지를 향해 포효했던 그 사랑의 소리를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태복음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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