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작가의 고백
매일은 아니지만 요즘 제 하루의 5분의 1은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독자가 두 배 이상 늘었고, 팬심으로 유료 구독을 눌렀던 왕고래작가님께 친히 답글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글에 공감을 눌러주시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한 건 책을 낼 욕심이나 유명해지고픈 욕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 혼자만 간직하기엔 아까운, 일상 속 귀한 보물들을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SNS와 다소 거리가 먼 소심한 저로서는 댓글 하나 다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저의 부족한 글에 머물다 가신 첫 번째 작가님의 댓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읽히기 위해? 그것보다는 글이 태어나게 하는 산고가 더 아름답습니다." 캬~~~
이런 명문장을 남겨주신 화가 작가님의 응원에 힘입어, 지금도 열심히 글쓰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에는 정말 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글은 성경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써주신 연애편지와도 같아서 매일매일 읽고 있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주로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20년 넘게 사역 현장에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를 간직해 오다 보니 저는 동화가 참 좋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동화책이 수천만 권은 되겠지만, 언젠가는 제가 쓴 동화 속 주인공들도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자 온 가족이 나서서 든든한 '라이킷 부대'가 되어주었습니다.
다만 가족 모두 '극 I(내향형)'라 그런지 댓글은 달아주지 않더군요.
사실 남편은 최고 조회수 4.4만 회의 기록을 보유한 유튜버입니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50대 아저씨의 턱걸이 도전기"를 시작했거든요.
가녀린 몸에 근육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언제부턴가 귀엽고 볼록한 뱃살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엔 그저 귀엽기만 한데 본인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딱히 할 만한 운동 기구가 철봉밖에 없어서, "그래, 너로 정했어!"라며 무근본 철봉 운동을 시작했더랬죠. 처음엔 개구리 전법으로 매달려 턱걸이 0개에 머물기를 며칠, 턱걸이 단 한 개를 제대로 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 남편의 가장 큰 무기는 다름 아닌 '성실함'입니다. 요리는 못하면서 음식 투정은 제법 하는 남편이지만, 무언가 하나를 꾸준히 해내는 성정만큼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남편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을 거뜬히 채울 수 있을 만큼 제게 풍성한 글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요.
여태껏 극 내향인인 줄만 알았는데, 유튜버로 활동하는 걸 보면 또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일 턱걸이를 하고,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멘트를 구성하는 나름 '작가'의 영역까지 감당해 내는 그를 보며 속으로 부러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영상이 완전 고퀄리티도 아니고, 대본도 없는 무근본 운동 기록이라 세상에 날고 기는 전문가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의 턱걸이 도전기를 매일같이 응원했습니다. 중간에 어깨에 무리가 와서 며칠씩 쉬어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공부하며 근성을 키워나가는 남편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도전기 50일 정도 지났을까요? 이제는 풀업으로 제법 그럴싸한 자세를 잡아가며 온전한 턱걸이를 해내며 기록을 경신해 보이곤 했습니다. 작년 가을, 큰 부상은 아니지만 철봉을 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서 아쉽게도 턱걸이 도전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가 며칠 전 1주년 기념으로 다시 철봉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동안 남편은 회사 안 헬스장에서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며 근육의 펌핑을 꺼뜨리지 않으려 애써왔더라고요.
"안녕하세요, 대디 동동입니다."라는 인사말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자신만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남편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가사만 미리 써보았습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전문성이라고는 1도 없는 그런 노래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원래 무근본이 콘셉트이니까요.
어느 날 문득 내게 다가온 너
쑥스럽게 불쑥 얼굴 내밀던 너
뾰족한 것보단 둥글둥글한 게
조금 더 귀여워 보이긴 했었지
어느새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너
생각해 보니 나도 이제 반백 살
귀엽게 웃으며 나와 함께한 세월이
이제는 날 조금씩 무겁고 아프게 해
안녕! 둥글둥글 내 뱃살아, 이젠 헤어질 결심
좋아하던 맛동산도 왕뚜껑도 모두 멀리하고서
안녕! 나의 새로운 단짝아, 꽉 매달려 보기로 결심
거친 쇳대(철봉)와 맺은 인연을 나는 믿어볼래
떨어지는 땀방울, 떨리는 두 팔
조금씩 멀어지는 나의 둥근 뱃살아
너와 맺은 인연이, 철봉과 맺은 인연이
볼록한 뱃살 대신 성난 팔근육을 키워주리라 믿어
우리 오늘부터 잘해보자
으랏차차, 턱걸이 한 번 더!
남편이 매일 철봉에 매달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근력을 키워가듯, 저 역시 브런치라는 공간에 매일 접속하며 '글쓰기 근육'을 키워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턱걸이 하나를 온전히 해내기 위해 수십 번의 헛발질과 개구리 전법이 필요했던 것처럼, 제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하나의 온전한 글로 탄생시키는 과정 역시 기분 좋은 근육통을 동반하더군요. 하지만 "읽히기보다는 글이 태어나게 하는 산고가 더 아름답다"라고 해주셨던 원성진 작가님의 응원처럼, 저는 이 과정을 온전히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브런치 19일 차, 아직은 하얀 모니터 여백 앞에서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타자를 치는 초보 작가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보여준 무던한 성실함을 본받아 그것을 무기로 장착해 보려 합니다.
매일 아침 연애편지 같은 성경 말씀을 읽으며 얻는 위로, 20년 넘게 사역 현장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간직해 온 맑은 목소리들, 그리고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까지. 저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나도 귀한 일상의 보물들을 이 공간에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풀어놓으려 합니다.
반백 살 남편의 철봉 매달리기처럼, 부족하지만 끈기 있게 매달려 볼 저의 새로운 글쓰기 연재 도전에도 따뜻한 응원의 라이킷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