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남의일만할거야?
'황금닭다리' 사장 김씨에게 어느 날 두 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
첫 번째 지원자는 전형적인 답변을 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성실히 일하겠습니다."
두 번째 지원자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사장님, 저 단골손님 10명 데려올 수 있어요."
김사장이 멈칫했다. "뭐라고?"
"아파트 주민 카페에서 800명 관리하거든요.
치킨 주문 모임 만들어서 매주 10마리는 확실하게 주문 들어올 것 같아요.
그러니 저는 월급을 더 주셔야 해요."
그날 첫 번째 지원자는 최저임금 10,030원을 받았다.
두 번째 지원자는 15,000원을 받았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연봉 협상의 원리는 이렇게 심플하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이직할 때 하는 행동 패턴은 뻔하다.
제일 먼저 연봉 정보 사이트를 뒤져본다.
"아, 3년차 개발자 평균이 4,500만원 정도구나."
그러고는 JD(직무기술서)에 맞춰 이력서를 정리한다.
"Python 가능, AWS 경험 보유, 협업 능력 우수" 이런 식이다.
하지만 면접을 보고 인사팀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매번 테이블 평균보다 약간씩 낮은 금액에 타협하게 된다.
아직 정확히 실력을 모르니 일단 해보고 올려주겠다는 식이다.
왜 그럴까?
비슷한 스펙을 가진 전임자를 메꾸는 부속품 정도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왜 동일한 연차의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보상받아야 하는지,
자신이 왜 연봉 테이블에 예외를 두는 사람인지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주나 오너, 즉 사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회사가 나에게 간절히 원하는 게 뭘까? 지금 결핍된 게 뭘까?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주거나,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줘야 진짜 협상이 된다.
이를 테면 고객이라거나,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있거나,
나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바로 고객이다.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은 기술이나 사업같은 특출난 재능을 필요치 않는다.
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마케팅 그 자체이기도 하다.
고객은 곧 매출이고, 매출은 곧 회사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고객을 등에 업고 협상하면 항상 이길 수 밖에 없다.
5년 전에 만났던 한 마케팅 에이전시 사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직원을 뽑을 때 연봉 테이블을 덮어 버리는 경우가 언제인지 알아요?
그 사람이 고객을 데려올 수 있다고 할 때예요.
왜냐하면 고객은 즉각 돈으로 환산되거든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연봉 테이블을 매번 뛰어 넘는,
그런 전략적인 이직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너 마인드가 생기고 일에 몰입하게 된다.
결핍이 있는 회사를 전략적으로 공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더 작은 조직으로 옮겨 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작은 조직일수록 내 무기가, 내 존재감이 더 빛나는 것은 당연하다.
큰 회사에서는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한 분야만 담당하게 되는 반면,
작은 회사에서는 사업 전체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결국, 이직을 통해 창업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까워 진다.
단골손님을 데려오겠다고 했던 황금닭다리 지원자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대기업에서 3년 정도 일한 후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거기서 고객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으면서 회사 매출을 5배 늘렸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만의 배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했던 첫 번째 지원자는?
중견기업에서 실무 직원으로 10년째 똑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예를 들기 위한 것일 뿐, 실화는 아니다.
연봉 협상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 몇 푼 더 받는 기술이 아니다.
연봉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증명해내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내가 없으면 회사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내가 있어서 회사가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테이블에 맞춰서 살다보면 평생 테이블 안에서만 돈다.
이직과 연봉협상을 통해 시장이 되는 길을 개척할 수 있다.
결국 누구나 예외 없이 이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나가기 싫어도 등 떠밀려서 나올 날이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