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남의일만할거야?
중국의 996(아침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이 논란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996을 '복'이라고 표현했다.
젊을 때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성공하는 과정.
그 속도감 자체가 도파민이었다.
그런데 이게 창업자에겐 한줄기 희망일지는 몰라도,
직원들에겐 야만적인 노동 착취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이면 주당 72시간. 미국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996의 문제는 시간 자체가 아니다. 강제성이다.
회사가 강요하는 996은 착취고, 본인이 선택하는 996은 투자다.
같은 72시간이라도, 한쪽은 시간을 빼앗기는 거고 한쪽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24년간의 직장 생활 동안, 아니 어쩌면 학창시절부터,
나는 나만의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문 '888' 법칙이 있다.
나는 시간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세 토막으로 쪼갠다.
8시간은 일하고, 8시간은 자고, 나머지 8시간은
휴식/운동/취미/오락/식사/가족/사교에 쓴다.
한 번 해보면 알 텐데, 8시간을 연속으로 일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밤에 5시간 밖에 못 잤다면 낮에 3시간 보충한다.
일과에 일을 못했다면 새벽에 몰아서 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총량을 지킨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 각각의 시간에서 얼마나 깊이 빠져드느냐가 승부처다.
정해진 시간표가 아니라, 에너지의 파도를 타는 것이다.
당영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시간을 일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산책하다가도 일하고, 샤워하다가도 일하고, 가족과 여행 중에도 일한다.
떠오른 생각들을 잠시 정리하여 나 자신 혹은 누군가의 메일함으로 보내는 게 일이다.
24시간 내내 삶과 일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996과 888의 차이는? 996은 회사가 정한 시간표고, 888은 내가 만든 리듬이다.
996은 시간을 채우는 거고, 888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다들 24시간 365일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주말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휴가 중에도 노트북을 편다.
겉으로 보면 996보다 더 빡세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직원으로 살았던 9년, 오너로 살았던 12년, 그리고
고용된 CEO로 일하는 3년, 절대 번아웃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하다.
사장이든, 아니면 사장같이 일하는 직원이든,
오너십을 가진 사람은 왜 남들보다 몇 배의 삶을 살면서도 더 건강할 수 있을까?
첫째, 일을 '일'로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에게 일은 놀이다. 레고를 조립하듯, 사장은 문제를 푼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다.
둘째,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누군가가 정해준 시간표에 맞춰 움직인다.
하지만 사장은 다르다. 선택권이 있다는 것, 그게 에너지를 만든다.
셋째, 일과 삶을 분리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퇴근하면 일은 잊고, 주말에는 완전히 차단하려 한다.
하지만 사장은 그런 경계가 없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다.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경계를 없애니, 오히려 편해진다.
넷째, 성취감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한 달을 일해도 월급이라는 고정된 보상만 받는다.
하지만 사장은 다르다. 오늘 한 일이 매출과 성장이라는 결과로 바로 돌아온다.
즉각적인 성취감은 도파민을 만들고, 도파민은 다시 에너지를 만든다. 선순환이다.
다섯째, 사장은 자기가 만드는 세계 속에 살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남이 만든 세계에서 부품처럼 움직인다.
사장은 자기가 원하는 문화, 내가 믿는 가치, 내가 꿈꾸는 미래를 직접 설계한다.
그 세계 속에서 살기 때문에, 24시간이 즐겁다. 자신이 만든 놀이터에서 노는 거니까.
스트레스는 보통 '싫은데 해야 할 때' 생긴다.
억지로 끌려가는 고통과, 스스로 선택한 고통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우울증을 만들고, 후자는 근육을 만든다. .
시간에 쫓기면 지치고, 시간을 타면 에너지가 난다. 투자한 시간은 복리로 돌아온다.
직장인일 때부터 '사장처럼' 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녁이 있는 삶만 추구하면, 어느 순간 '저녁만 있는' 삶이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시계는 똑같이 흘러가는데,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다른 이유를 고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