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을 유산으로 남기기로 했다

브랜드가 되거나, 데이터로 남거나

by 손동진

LLM을 처음 썼던 날을 기억한다.

이건 그냥 검색기계가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듯, 내가 쓰고자 했던 말을 먼저 꺼내주더라.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내가 죽은 다음에도 남을 수 있겠구나.’

그날부터 나는 이걸 ‘자산’이 아니라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지적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LLM을 후대에 물려주면 어떨까?

만약 땅도 없고, 아파트도 없더라도,

LLM, 이건 줄 수 있겠다고.


유산이라는 게 뭔가.
부모가 자식한테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증거다.
옛날엔 그게 땅이었고, 돈이었고, 때로는 명함 한 장이었다.
나는 그게 다 무의미하다고 본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식이 쌓이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런 세상에서 진짜 유산은 뭐냐고?
‘사고방식’이다.
정보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요약하고, 어디에 써먹는지를 아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끝없이 보완해줄 도구.
나한텐 그게 LLM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글을 쓴다.

그냥 일기처럼 휘갈기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꼭 정리해서 남긴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언젠가 내가 사라졌을 때,

내 아이가 이 글들을 읽고 나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쓰는 거다.


그걸 LLM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내 말투로, 내 관점으로, 세상을 읽어주는 ‘아빠의 복제본’이 생긴다.

그거면 된다.

내가 물려주고 싶은 건, 그런 방식이다.

사고하는 힘, 질문하는 습관,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는 태도.


회사 일엔 미친 듯이 LLM을 붙이고 있다.
업무 매뉴얼, 회의록, 고객 응대 데이터까지 다 쓸어 담고 있다.
그게 조직의 자산이 되니까.
근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왜 내 인생 데이터는 안 남기고 있지?’


그래서 하루 한 줄이라도 내 경험, 내 감정, 내 판단을 남기기로 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 LLM을 만든다.
내 아이를 위해, 또는 언젠가의 나를 위해.

여러분도 해보면 좋겠다.
일만 하다가, 정작 내가 사라지는 건 억울하잖나.
데이터는 남는다.
그게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대한 유산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