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에 엄마를 퇴원시키고 다음날 우리 가족은 일본행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 다시 주차장에서 차를 몰아 쓰쿠바에 도착하니 12시가 간당간당하다. 누가 이렇게 표를 끊었나? 왕복티켓이 저렴하기에 끊었다지만 남편욕이 절로 나왔다.
다음날은 아이들 개학날이었다.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가족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고 할 일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전엔 짐을 정리하고 집을 청소했다. 일본을 떠나오면서 남편이 곰팡이 잡겠다고 여기저기 약물을 뿌려댔단다. 그리고 후유증으로 미끌미끌한 바닥청소는 나의 몫이었다.(부글부글) 오후엔 기침하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급하게 마트를 다녀왔다. 피란민의 마음으로 당장 먹을거리들을 샀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나는 수도세를 품에 안고 자전거를 달렸다. 쓰쿠바 시청에 가서 수도세도 내고 자동이체까지 신청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마트에 들렀다. 두 번째 장을 보고 아이들 실내화, 모자, 귀마개도 샀다. 그 와중에 커피 한잔도 잊지 않았다.
오후에는 현금을 뽑아 수업료를 전달했다. 선생님과 간단한 안부인사를 하고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전혀 하지 못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밥을 지어먹고 숙제 검사를 하고 책을 읽고, 드론을 날리고 책을 읽다 모두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하루. 아이들은 학교에, 남편은 일터에, 나는 맥도널드에 앉아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핑크빛 날들만 상상하며 돌아간 곳에서 엄마의 교통사고로 멘붕이었던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어마어마했던 일들은 잘 해결되었다. 정신없고 힘들었던, 그럼에도 한국이라 좋았던 이주일의 방학.
어찌 되었건 맥도널드에서의 루틴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이제 일본임이 실감 난다. 루틴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지나버린 새해. 나는 또 한 살의 나이를 먹었고 이제 새해도 열흘이 지나갔다.
머릿속의 투두리스트들을 하나둘씩 클리어하며 삶의 여유를 다시 느낀다.
다시 성장바퀴를 서서히 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