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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Jan 26. 2024

영혼의 아지트, 마쓰시로 공원


아이들과 학교를 가려면 항상 공원을 통과한다. 공원이 좋아서라기보단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등교할 때 한번, 하교할 때 한번, 그리고 내가 외출할 때마다 통과하니 못해도 하루에 무조건 3번은 공원에 가는 셈이다.


햇살 좋은 가을엔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리와 물고기를 구경했다. 이곳에 상주하는 백로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거북이가 일광욕하는 것도 자주 보았다.

달마다 나무들이 색색이 다른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등굣길에 안개가 낀 자욱한 날도 있었다. 해리포터에서 어느 순간 느껴졌던 음침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한껏 풍겨내는 공원이 낯설었다. 한없이 밝고 맑은 곳인 줄만 알았는데...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공원이 뿜어내는 신비로움에 가는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의 공원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터가 돼주고 있다. 날씨가 꽤 추워져 종종 얼어버린 연못이 그렇게나 재미있나 보다. 나뭇가지를 던지고 발로 살얼음을 톡톡 건드리며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그게 그리도 재밌니??)



오늘의 마쓰시로 공원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눈부시게 평화롭다. 안주인 백로는 지긋이 앉아 먹잇감을 기다린다. 그 앞을 오리 떼가 무심히 오고 간다. 햇빛을 받아 물결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공원은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품어준다.


바쁜 일상엔 몰랐지만 가만히 앉아 떠올려보며 공원이라는 자연품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나 보다. 그 기운이 쥐도 새도 모르게 스며들어 무심한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공원이 주는 따뜻한 에너지와 치유의 고마움을.


공원 앞으로 이사하길 참 잘했다.

집 앞에 공원이 있어 난 참 행운아다.

일본생활의 든든한 버팀목 마쓰시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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