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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Jan 29. 2024

일본 클래식 콘서트를 다녀와서..

"연구소 내에서 무료 클래식 콘서트 하는데 볼래?"

원래 클래식을 좋아하긴 했다.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말하고 싶지만 클래식과 함께 자라났다거나 부모님 손잡고 공연장 한번 가본 적 없다. 그래도 클래식은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미스터리다. 아무튼 남편카톡의 대답은 뻔했다. 

"가야지!"

오늘 저녁 6시 공연이란다. 아이들 하교는 4시다. 하교 후 필수코스처럼 트램펄린을 타려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집으로 왔다. 간단히 호빵과 우유를 먹이고 때마침 픽업온 남편과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미혼시절 나 홀로 공연장을 찾은 이후로 몇 년 만이던가... 족히 10년 만의 문화생활이었다. 괜스레 설레었다. 남편이 자기가 멋있어 보이 나며 헛소리를 해도 너그럽게 웃어주었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지 않았고 또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날씨가 매우 추웠고, 무료공연이라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만석이었다. 한 외국인이 자리를 비켜주어 다행히 가족이 나란히 앉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늦게 오는 바람에 위치는 중간쯤에서 좀 더 올라간 사이드석. 


설레는 마음을 다잡으며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여기서는 절대 떠들면 안 된다고. 떠들면 바로 퇴장이라고. 아이들은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은 다음과 같았다. 


피아노 연주

첼로 연주

피아노와 클라리넷 이중주

쉬는 시간 15분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 삼중주


오랜만에 가까이서 듣는 피아노 소리는 참으로 감미롭고 좋았다. 그래서 나는 연주를 잘 들었을까? 물론 듣긴 들었다. 귀는 열려있으니. 하지만 눈과 손과 발은 열심히 아이들과 남편을 견제하기에 바빴다. 아이들이 개념 없이 떠들었냐 하면 딱히 그것도 아니다. 잠시 연주가 끝날 때 속닥거림 몇 번, 다리 떨기 몇 번, 몸 꿈틀거리기 몇 번, 핸드폰 잠깐확인하기(무음에 아주 어두운 모드). 하지만 조금만 뒤척거려도 옷의 부스럭거림이 내 귀를 떄렸다. 아이들이 발을 몇 번만 콩콩대도 미세하게 진동이 전달되었다. 내가 예민해서일까? 그것도 있을 것이다. 공연 에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또 가르쳐줘야 하니까. 하지만 더 솔직히 말하면 콘서트장이 심하게 조용했다.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내가 공연애호가도 아니며 클래식 공연장을 뻔질나게 드나든 사람도 아니기에 이 문화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라고 설명하기엔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렇다. 공연 중 내 자리에서 보이는 일본인들의 미동을 나는 한 번도 느낄 수가 없었다. 소리?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공연을 듣다가도 앞의 사람들을 보며 의문이 계속 떠올랐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안 움직일 수가 있지? 저게 가능하다고? 목각인가? 잠깐 순간 누군가 움직인 것 같은데?'


물론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앞과 뒤의 외국인들...(이 친근감이란...) 오랜만의 클래식 공연에서 나의 귀는 피아노소리를 들었지만 눈은 열심히 움직이는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눈은 틈틈이 아이들에게 레이저를 쏘고 손과 발은 부산을 떨었다. 다행히 구원의 쉬는 시간이 있었다. 쉬는 시간조차 조용한 사람들 사이를 열심히 허우적대며 빠져나왔다. 그리고 2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과 남편은 연구실에서 놀며 기다리기로 했다. (바로옆이 남편 연구실이다.) 그리고 나는 2부 공연을 한층 얌전해진 눈과 귀와 손과 발을 데리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2부 공연에서 홀로인 나도 몇 번 움직였음을 고백한다. (이게 고백할 일인가?) 여전히 꿈틀거리는 일본인들은 찾지 못한 채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의 한마디가 귀를 떄렸다.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게,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안 움직일 수가 있어? 내가 계속 살펴봤는데 진짜 아무도 안 움직였어. 넌 몰랐지?  난 신기해서 계속 찾아봤다니까."

그리고 난 쿨하게 한마디를 날렸다.

"음악을 들어야지 뭘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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