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다. 일본에 와서 일본 멘션에 초대받아 가본 것이. 첫 번째 방문은 그저 신기함에 아무 생각이 없었더란다. 두어 번 가보니 이제야 일본멘션의 특징과 한국아파트와의 차이점이 보인다. 참고로 한국의 아파트를 일본에선 멘션이라고 부른다. 즉, 나는 일본의 아파트를 간 것이다.
들어가자마자 우와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현재 내가 일본에서 사는 곳은 지은 지 30년이 넘는 5층짜리 빌라다. 그래도 나름 깨끗하고 한국식 구조로 잘 나왔지만 싱크대며 새시의 오래됨은 어찌할 길이 없었다. 사실 타국살이로 집에 대한 희망사항은 접은 지 오래라 크게 아쉬움도 없었다. 오히려 꽤 만족하고 지내었더란다. 하지만 새로 지은 신축 멘션을 들어가니 우와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일단 고작 두 번 방문하고 느낀 일본 멘션의 큰 특징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엘리베이터가 아담하다. 아니다. 솔직하게 내 느낌으론 작아도 많이 작다. 엘리베이터에 네 명만 들어가도 꽉꽉 차는 이 느낌.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건 이 좁디좁은 엘리베이터로 모든 이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사다리차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비결은 가전 가구도 엘리베이터 사이즈에 맞게 작다는 것.
둘째, 복도가 참으로 길다. 호텔 복도 양쪽으로 문이 여러 개 달린 느낌과 비슷하다. 기나긴 복도를 따라 양옆으로 문이 두어 개씩 달려있고 복도 끝에 주방과 거실이 있다. 타워형 아파트 느낌이다. 구조가 모두 이런 형태 같았다.
셋째, 일본도 신축아파트는 이중창에 바닥도 뜨끈뜨끈하다. 공포의 일중창과 겨울의 살 떨리는 추위는 우리 집이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완벽한 이중창은 칼바람을 완벽히 막아주었으며(베란다 새시가 없음에도) 바닥도 온기로 훈훈했다. 거기에 초대해 주신 분의 센스로 집은 카페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했다. 인테리어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가전가구도 없고 관심도 없는 내가 처음으로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지인분께서 만들어주신 근사한 점심식사. 음식 솜씨가 정말 천상계셨다. 익힌 가지와 당근 방울토마토(껍질까지 까셨다..), 볶은 버섯을 장식으로 한 고기 속을 듬뿍 넣은 양배추말이. 직접 레시피를 알려주시면서 요리해 주셨는데 보는 내내 감탄과 감탄과 그저 무한감탄만.... 맛과 영양 보는 즐거움, 디스플레이까지.... 솔직히 말하면 주눅이 들어 우리 집에는 절대 초대를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진심이다.)
생각해 보니 일본에 오래 사신 한인분들 음식솜씨는 거의 대부분 최고였다. 그냥 최고가 아니라 정말 식당을 차리셔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셨다. 입맛 까다로운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이구성으로 맛있다고들 하니 오직 나의 주관만으로 하는 말도 아니다. 왜일까? 타국에 사시다 보니 한식에 더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 탓이었을까? 그렇다면 나도 요리실력 업그레이드에 일말의 희망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아직까지는 희망의 씨앗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안타깝지만 말이다.
아무튼 초대받은 날은 맛있는 음식과 예쁜 데코 덕분에 눈과 입 모두 꽃 같은 날이었다. 부디 나도 누군가에게 꽃 같은 음식을 초대할 날이 있기를....^^
(다시 컴백일본으로 월,수,금 연재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