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없는 약을 준다고 했을때만해도 안심했다. 일본에서는 내가 체감한 대부분의 약국이 병원과 나란히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약을 처방받으면 항상 약국을 찾아 해맸다. 처음엔 운좋게 첫번째 약국에서 항생제가 있어 바로 약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처방전을 받았을때는 가는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약이 없다며.... 다행히 친절한 약사님을 만나 약이 있는 약국을 알려주셔서 찾아가곤했다. 자전거로 30분을 달려서...
하지만 오늘은 항생제 처방이 없었단 말이다. 대부분의 약국이 항생제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안심했다. 곧바로 약을 받을수 있을거라고. 착각이었다. 첫번째, 두번째 약국에서도 약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친절한 약사님의 은혜로 약을 만들어줄수 있는 약국을 찾아주셨다.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자전거삼만리를 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렇게 자전거로 30분을 또 달렸다. 자전거를 타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남편에게 날렸다.
"무슨 약국이 갈때마다 약이없어? 이게 약국이야? 짜증나."
남편이 뭐라고 뭐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짜증이 풀릴리 없었다.
아무튼 엄마의 사명감으로 달리고 달리다보니 이상함을 느꼈다. 자전거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옆을 휘휘 둘러보니 엄청난 바람이 자전거를 옆으로 밀어대는 것이었다. 내가 체감한 대한민국 바다바람보다 세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은 해안가가 아닌데도 이런 바람이라니... 나의 몹쓸 감정에 휩싸여서 내가 처한 환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니... 자칫 방심하면 자전거가 도로로 미끄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요새 명상을 다시 시작하려 노력중이다. 이틀전에는 5분명상을 성공하고, 어제는 바쁘지도 않으면서 5분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명상이 필요함을 강렬히 느끼는 요즘이다. 오늘만해도 고작 약국때문에 짜증나서 헉헉대는 내가 한심해보였다. 비록 오전 시간을 뜻대로 보내지 못했지만 나는 지금 KFC에 앉아 이렇게 글쓰기에 성공했으니 괜찮다.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반성했으니 된거다. 아직 책을 읽을 시간도 남아있으니 된거다.
그런데 일본의 막강한 바람을 1시간넘게 맞았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