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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노트와의 네번째 만남

by 정효진

me :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나도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note : 뭐가?


me : 한국에 있을땐 이런 저런 인간관계로 마음이 부서질때가 많았어. 나같은 유리멘탈은 그래서 관계를 최대한 정리하고, 정리하고, 정리하기 바빴지. 그래도 티도 안나는 관계들이 귓속에 갇힌 개미처럼 신경이 쓰여 온종일 에너지를 낭비하기 일쑤였어.


note : 엠비티아이 아이구나?


me : 맞아. E이고싶은 I야. 어쨌든 이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거야. 남신경을 무지 쓰거든. 쿨해지고 싶은데 마음만 굴뚝이야.


note : 그런데 여긴 일본이잖아?


me : 맞아. 일본오기는 참 싫었지만, 그래도 인간관계에서는 시끄럽지 않겠구나 싶었어. 이참에 글이나 열심히 써보자했지.


note : 그거 알아? 너 요즘 매일 글쓰고 있어. 그것도 훨씬 적은 에너지로. 작년과 비교해봐.


me : 어!!!! 정말 그러네!!! 매일 글을 쓰다니!!!! 이제 잘쓰기만 하면 되는건가?


note : 그렇지!!!


me : 제일 큰 난관이군.......


note : ㅋㅋㅋㅋㅋㅋ


me : 그런데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note : 일본에 와서 글 한번 열심히 써보자고 했어. 그런데 잘 안써지니?


me : 아 맞다!! 아니, 보다시피 글은 더 열심히 쓰는것 같기는해. 잘쓰기만 하면 완벽하지만 말야. 그런데 여기서 만든 적은 인간관계에도 신경을 쓰는 나를 문득 발견했어. 빨래를 개면서, 잠들기 전에도, 심지어 꿈에서도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나를 말이야.. 이렇게 타인만 신경쓰다 내 인생을 날리겠구나 싶더라...


note : 자, 이제부터 내가 멋진말을 들려줄게. 잘들어. 나는 말하는 노트니까.


다른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실 적응자가 되지 말고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중요하지도 않은 관계에 의미없는 에너지를 쏟다가 진짜 너의 삶을 잃어버리지 마.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자신을 그 사람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대통령이 속해있는 모임이나 대통령이 친구라도 너와 맞지 않으면 너와 맞는 글쓰는 청소부를 만나는게 더 현명한 거야.


me : 그래. 사실 나도 이미 알고있는 답이었어. 다만 멱살을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었어. 그래서 너를 찾아온거고.


note : 멱살이 너무 약했나?


me : 미디엄.


note : 완벽히 구우면 또 맛없지.


me : 난 웰던을 좋아하긴 하는데, 아무튼 여기서 나는 모든걸 다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려고. 원씽.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래서 가지치기하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함을 느껴.


note : 오케이!! 잘알고 있으면 됐어. 이제 애데렐라 시간인가?


me : 아직이야. 콜라를 마음껏 음미하다 갈까해. 오늘은 느긋하게 헤어지자.


note : 그래. 느긋하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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