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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노트와의 다섯번째 만남

by 정효진

글을 쓴다는 건 대단한거야.


갑자기?


내가 너랑 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줄 알아?


얼마나 고생했는데?


일단 몇시간을 너와의 만남을 머릿속에서 계속 띄어놔. 자, 행동은 절대 안돼. 그저 생각만 둥둥 띄어놓는거야. 그리고 그 틈에 해야할 집안일들을하고, 오늘은 아픈딸내미와 미니 햄버거도 만들고 삼각김밥도 만들었어. 그리고 잡일이 끝나면 딸내미는 영어숙제를 시키고 나는 드디어 노트북을 집어들어. 그리고 잠깐 앉았다가 세탁기에 처박아둔 빨래가 생각나지. 빨래를 후다닥 널어주고 냉장고 문을 열어봐. 커피가 날 부르네? 달달한 라떼를 꺼내서 한컵 만들어 다시 노트북으로 와. 그리고 잠깐 휴대폰 충전한다는 것이 그만 유튜브 지옥에 빠졌지. 다행히 천상계의 의지로 유튜브를 덮고 블로그를 썼어. 일주일 넘게 쉬었거든. 오늘은 맘먹고 블로그를 올렸지. 물론 중간중간 따님 심부름도 두어번 다녀오고. 그 와중에도 너의 생각은 계속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 지우고도 싶었지만 너는 참 끈질지게 나를 따라다녔어.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 래브라토마냥 느껴졌지. 그래서 결국 커피 세모금 더 마시고 블로그 댓글좀 달고, 인터넷 기사 몇번 보다가 너에게 온거야. 이제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험난했는지 알겠어?



이봐. 그건 내가 널 따라다닌게 아니야. 네가 그만큼 날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너는 결국 나를 못잊어서 유튜브까지 쳐내고 이렇게 왔잖아.


.......

그럼 내가 너의 스토커인가?


그렇지.


스토커는 나쁜건데...


하지만 난 너라는 스토커가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에 용서해줄게.


고....고맙네.....


잘가 스토커.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해서.


끄응. 그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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