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하늘도 우중충하다. 우중충한 하늘빛을 받아 세상도 흐리다. 내 마음도 결을 같이한다. 햇살이 없으니 하릴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글을 쓰려 노트북을 열었으나 오늘도 예외 없이 머리는 망부석이다. 현모양처 여인네도 아닌데 이럴 때만 꼭 망부석이다. 도움이 될까 싶어 가만히 눈을 감고 다리를 꼬아 명상을 시작해 본다. 절대 멍 때리기가 아니다. 오호라 통제. 내 마음의 소리가 살짝 들려온다.
오늘도 잘 살고 있는 걸까? 오늘 같은 날은 내가 나를 토닥여주자.
이틀 전부터 커피 끊기와 자연식을 시작했다. 자연식의 부작용은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나도 모르게 된장국이랍시고 밥을 한가득 말아먹었다. (자연식을 가장한 탄수화물 폭탄식이다.) 그리곤 식곤증에 허우적거리다 독서와 함께 잠에 빠져버렸다.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애데렐라 시간이다. 허무하다.
켈리최처럼 초긍정 마인드를 무장하지 못한 초라한 여인네인 나에겐 급습적으로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핵폭탄과 같다. 따라서 핵폭탄으로 두드려 맞기 전에 얼른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쓰는 행위로 마음을 끄집어내고 후후 불어서 흐린 구름뒤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다시 하얘진 마음 위에 또 글을 씀으로써 복숭아빛으로 발그레한 마음을 집어넣는다.
조앤 롤랑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실패가 현실로 다가오자 오히려 저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지만 저는 살아있었고, 사랑하는 딸이 있었고, 낡은 타자기 한대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죠. 가장 밑바닥이 인생을 새로 세울 수 있던 단단한 기반이 되어준 것입니다.
<회복탄력성, 김주환>
내일은 비소식이 없어 다시 맑아질 것이다. 더 이상 무식하게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 식곤증으로 해드벵잉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 마음도 다시 발그레해졌으니 글쓰기로 나를 잘 위로하였다. 애데렐라 전에 오늘도 글을 풀어낼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