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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노트와의 일곱 번째 만남

by 정효진


어제는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않았어.


그래?


바나나는 4개나 먹었지. 얼굴이 원숭이로 변하지 않았어?


....

왜 4개씩이나?


당장 자연식으로 간편하게 먹으려니 바나나밖에 안보이더라고.

과자, 라면, 우동, 커피, 아이스크림 마트에 잔뜩 있었는데..... 흑흑..

그래서 생전처음 바나나 4개를 주섬주섬 먹었지.

커피도 그래. 아메리카노든, 라떼든, 믹스커피든 하루에 한잔은 공기처럼 마셨는데 (사실 요새는 두 잔은 기본으로 마신듯해) 꾹 참았어.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고장난 시계마냥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어. 멍청 멍청해진 것도 같고. 그래서 일주일 커피 금지, 자연식으로 먹기를 시작했지. 어제부터.


그거 좋네.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나는 병든 닭이었어.


원래 그랬던 건 아니고?


.....


아임 쏘리


하루종일 꾸벅꾸벅 졸았어. 오후엔 대놓고 꾸벅꾸벅 졸고 저녁엔 술마신사람처럼 정신이 몽롱해서 바보 같은 표정으로 지내고. 글쓰기도 아이들 하원하러 걸어가는 도중에 했어. 집에 있으면 술병난 환자가 돼서. 참 그런데 나도 웃겨. 그 와중에 글 쓸 정신은 있었나 봐.


습관이 이리 무서운 거야. 매일 마셨던 커피가 안 들어오니 몸이 그리 짜증을 내고 내놓으라 아우성이잖아.


정말 그래. 환골탈태하기 전에 넘어야 할 장애물인가? 인간이 되기 전의 곰이 이랬을지도 몰라.

그런데 사람을 정신을 못 차리게 하니.. 참. 정신이 없으니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도 들고 커피 향 맡으면 환장을 하고....


그럼 커피를 끊고, 자연식으로 싱싱해진 너의 몸과 정신을 상상해 봐. 니 몸에서 풀떼기가 자라날 수도 있고 풀냄새가 날 수도 있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나서 세 시간 내리 글을 쓸지도 모를 일이고.


풀떼기가 자라다니... 너도 참 허접하다. 하지만 맑은 정신은 솔깃한데? 이놈의 동태 같은 정신이 맑아진다면야 참을 수 있지 ㅎㅎㅎ

그나저나 오늘도 샐러드를 두 접시나 먹었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자여~~~~


뛰어라~~~


맞아 뛰어야지. 내친김에 매일 달리기랑 명상도 추가 갑니다~~~


그래. 기대할게~ 내일은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몹시 궁금해지는군!

잘 가 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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