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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처음 본 야생 백조

by 정효진

지난주 주말 미토시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쓰쿠바시에서 차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그곳의 백화점에만 있는 물건 때문이었다. 쇼핑몰을 갈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한국의 백화점과 아울렛을 따라갈 곳은 없지 않나 싶다.(다른 나라는 안 가봐서 모른다..ㅎㅎ) 간 김에 딸아이 수영복을 사려했지만 없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지 않고 합리적이었다. 한국의 백화점처럼 휘황찬란함은 없지만 가격의 휘황찬란함도 없으니 차라리 더 좋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남편과 나 모두 서로의 목표달성은 실패하고 근처의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호수공원이며 백조도 있다고 남편이 침 튀기며 설명하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너무 먹어 튀어나온 배나 가라앉힐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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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시의 센바공원


자연의 사진들은 매번 올리면서 느낀다.

'사진이 실물의 반도 못 담는구나..'

미세먼지 제로에 빛나는 하늘은 나와의 경계선조차 불분명하게 만든다. 청정한 공기는 호수와 달리는 사람들에게 부딪혀 신선함을 곧장 배달해 준다. 부서지는 햇빛들로 눈부시게 빛나는 호수는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참으로 열심히도 달린다. 청정한 공기의 연료가 매우 강한가 보다. 추웠던 날씨지만 추위를 참고 걷고 뛰고 걷고 뛰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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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왜 이리 크지? 이상하다..'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을 대하면 사람은 잠시 멍청해지나 보다. 약 몇 초간의 인지부조화를 마친 나의 뇌가 소리 질렀다.

"백조다!!!!!!!!!"

남편의 말이 맞았다. 호수에 자주 출몰하는 야생 백조였다. 세상에 나와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조가 유유히 호수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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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는 내가 떠들거나 말거나 유유히(정말 우아하게) 본인의 길을 나아갔다. 나는 열심히 스토커가 되어 20장 넘게 사진을 찍어댔다. 실제로 본 백조는 실제로도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백조를 볼 수 있다고 침 튀기게 설명하던 남편은 얼굴 한번 쓰윽 돌리고 춥다고 차에 들어가 버렸고, 백조 소리에 콧방귀 뀌던 나는 한동안 백조를 따라다니기 바빴다. 조용히 호수를 가로지르는 백조의 모습은 동화나 만화에서 미화되는 모습에 충분히 동의할 만했다.


아직도 사진첩을 보면 백조를 처음 보던 설렘이 떠오른다. 문뜩 사진을 보다 일하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우리 백조 보러 호수 한번 더 가자."

그리고 나는 끝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


"백조 있다고 열심히 설명한 사람은 당신인데 왜 가자고 말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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