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내리 비가 내려 축축 쳐지는 날들이었다. 날이 흐리니 기분도 따라갔다. 그 와중에 받을 돈이 들어와서 좋은 일도 있었다. 그래서 온 가족 배 부르게 초밥도 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행복은 잠깐이었던 것 같다. 날씨도 기분도 축축 처졌지만 우리는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며 아프지 않고 잘 놀았다. 종종 다투기도 하면서.
점심까지 돌풍같이 내리던 비가 한시가 되자 드디어 물러가고 햇볕이 쨍했다. 보고도 못 믿을 날씨를 보며 아이들과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물웅덩이를 가르며, 햇볕을 가르며 오래간만에 상쾌한 공기를 쐬었다. 그렇게 신나게 자전거를 타다가 맥도널드에서 잠시 쉬며 인스타를 보았다.
온몸이 시커메지고 피부가 벗겨진 5살 남짓의 남자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는 백혈병으로 몇 년을 투병하다 잠깐 집으로 와서 형아의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었다... 넘겨본 다른 피드에서는 투병의 고통으로 울부짖는 모습들이 보였다. 너무나 큰 고통에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모습에 잠깐 숨쉬기를 잊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감사를 잊고 산다. 그저 비가 와서,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가족이 내 맘 갖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그마한 그 아이의 상상 못 할 고통 앞에서 이유 없이 가라앉았던 나의 마음은 거만한 사치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이 뒤엉켜 마음이 뭉개졌다.
범사에 감사해야겠다. 감사함이 특수함이 아닌 보편적인 마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진실로 통하는 것이라면 간절히 두 손 모아 아이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