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있는 영사관에 갈 일이 생겼다. 그래서 하루 날 잡아 온 가족 도쿄 출동을 하게 되었다. 차를 끌고 가면 안 되는 곳은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쿄는 아마 서울보다 더하지 않을까? 교통체증이 없으면 네비상 한 시간이면 영사관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지만 국제도시답게 도로 곳곳이 새빨간 위엄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예상속도는 1시간 40분. 하지만 이건 양반이었다.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갑자기 세 개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헷갈린다. 구글맵은 친절하지가 않다.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란 말인가?!! 시험시간도 아닌데 찍기 신공을 발휘했지만 그 길은 안드로메다 행이었다. 멘붕이 온 남편은 급히 휴게실에서 내장내비게이션의 칸지(일본어중 하나)와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20분간의 사투 끝에 드디어 승리!! 내장 내비는 갈림길에서 구글맵보다 훨씬 친절하다.
한 고비 넘긴 우리는 다시 룰루랄라 길을 나서지만 찍기 신공 실패로 잘 달리던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달리게 되면서 오분마다 신호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빨간 신호를. 거기에 국제도시답게 거의 기억에서 잊힐뻔한 교통체증이라는 것도 다시 경험하게 된다. 단전밑에서부터 답답함이 묵은지처럼 올라오기 시작한다. 영사관 업무는 4시 마감인데 예상시간은 슬금슬금 늘어간다. 이때부터 내 몸은 뒷자리를 튀어나와 거의 내비게이션과 뽀뽀를 할 지경에 이른다. 남편이 길이라도 해메면 소프라노 음이 터진다.
"말하지 말고 운전에만 집중해!!"
다행히 한 시간 정도를 남겨두고 영사관에 무사 도착했다. 영사관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대사관 근처 공원주차를 했다. 주차비는 40분에 4천원이었던가?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겁을 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주차비를 마음에 새기며 초집중 모드로 영사관 업무를 마쳤다. 이렇게 집중했으면 sky를 갈 수 있었을까? 아무튼 모든 업무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정확히 4시.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온 김에 8층에서 투표까지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대망의 주차비를 정산하니 15000원을 토해내란다. 이런! 우리 하루종일 있던 것도 아니고 한 시간 조금 넘게 있었다고요... 도쿄땅은 황금땅인가요? 말로만 듣던 도쿄 주차비의 살벌함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흥.칫.뿡.
도쿄의 모든것에 지쳐버린 우리는 맛집검색도 포기하고 저녁은 집 근처 자주 가는 초밥집으로 정했다. 결국 도쿄에 왔지만 두 시간 남짓 살포시 발도장만 찍고 부리나케 도망치듯 나온 것이다. 그렇게 도쿄와는 사요나라 하는 줄 알았는데....
고속도로 초입의 갈림길에서 남편은 또 한 번의 안드로메다행을 감행한다. 아 진짜 이럴래!!! 이때 남편등은 내가 쏜 레이저 마사지로 꽤 시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속도로를 코앞에 두고 옆으로 빠져나온다. 그래서? 30분간 도쿄시내를 신나게(증~말 신났다.) 드라이브하고 다시 왔던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다시 마주한 갈림길에서 이구동성 소리를 지른다.
"여기다!"
"들어가!!"
"준비해!!"
내가 체감한 도쿄의 도로는 정말 갈림길이 많았다. 그리고 도쿄시내에 고가도로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 빌딩 중간쯤 높이에 고가도로 여러 개가 빌딩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미래도시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그래서 길도 많고 복잡하다. 오로지 도쿄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닐까.
그리하여 고작 당일치 도쿄여행이지만 내가 확실히 느낀 점 두 가지.
남편의 투덜대는 한마디로 우리의 도쿄여행은 그렇게 허둥지둥 마무리되었다.
"다시는 차 끌고 도쿄 오나봐라!"
(그런데 우리 한 달 전에도 친구 와서 도쿄까지 차 끌고 가지 않았어? 그때도 식은땀 줄줄 흘렸는데?)
도쿄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