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화가 벚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벚꽃의 계절이 되고 보니 알겠다. 이곳의 벚꽃은 한국의 은행나무 같은 존재라는 걸. 이곳에서 벚꽃은 찾아가서 보는 게 아니라 눈을 돌리면 보이는 꽃이었다.
일본에 오래 산, 아는 동생이 야간에 레이저를 받아 더 반짝이는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마치 코카콜라 원료의 1급 비밀을 전달받는 느낌으로다가.
이쁘다~~ 그런데 우리집 베란다문 열면 벚꽃 보이던데?
에? 벚꽃도 종류와 색깔이 다 다르고 꽃들도 장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요!
더 만개하고 많은 곳들도 많아요!
영혼 없는 반응과 부실한 멘트에 기겁하는 동생이다.
그리고 꽃구경 가랠까 봐 속으로 뜨끔하는 나다.
하긴 한국에서도 벚꽃구경을 지하철 옆좌석 사람처럼 생각했는데 일본이라고 달라지랴.. 그나마 집 앞의 벚꽃을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오다가다 고개를 까딱이며 보았다. 그리고 몇 번의 까딱거림으로 꽤 큰 깨달음도 얻었다.
사람들이 벚꽃구경을 괜히 하는 게 아니었어...
이쁘다...
남편이 집 앞의 벚꽃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다.
봤지만 '벚꽃이군' 하고 수초만에 고개를 돌렸을 가능성 99프로.
쓰고 보니 참으로다가 한심한 부부한쌍이다.
왜 이럴 때만 일심동체인 거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