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땅에 발을 딛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의 정신은 아직 한국을 돌아다니는 느낌인데 휙휙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과 다른 풍경에 낯설곤 한다. 머리는 알겠는데 몸은 아직도 모르겠는, 낯설고도 슬픈 이상한 기분이다. 하지만 사람은 무섭게도 적응적인 동물이라고 했던가. 생존해야 한다는 무의식의 명령으로 나도 모르게 열심히 일본생활의 규칙들을 클리어해 가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불과 세 달 전 방학 동안 잠깐의 여행기간에는 뒷짐 지고 남편을 따라다니기 바빴었는데 말이다. 왜냐면 나는 열흘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2년은 일본에서 살아야 할 신세가 된 지금은 뒷짐이란 나랑 상관없는 아프리카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의 생존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엄마다.
생전 보지도 않는 구글지도를 켜고 아이들을 대동하고 집 주변 마트를 갔더란다. 마치 한국슈퍼에 온 듯 장을 보고 계산까지 완료했다. 눈 너머로 남편이 하던 행동을 보던 기억을 떠올려 눈치껏 요령껏.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니라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이어서 버스정류장을 뒤져 버스 타기도 클리어했다. 일본의 버스정류장은 마른 장작 같은 표지판 한 개가 전부라 두 눈에 레이더를 켜고 찾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또한 5번 정도만 버스를 타게 되면 우스운 일이 되어버린다. 오오~~ 이게 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니. 내가 일본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마트에서 장을 본다니 말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은 대부분이 우리나라랑 반대라는 것이다. 버스도 뒤에서 타고 내릴 때 앞으로 내리면서 계산한다. 남편이 일본에 처음 와서 제일 서러웠던 부분이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기사가 손짓발짓을 휘휘 저으며 얘기하길래 한참을 헤매다 쓸쓸히 내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거운 캐리어 3개를 끌고... 그때는 영혼 없이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경험을 해봐야 안다.
현재는 열심히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교회분들에게 한없이 민폐를 뿌려대며 말이다. 몇 번 일본집을 구경하며 느낀 점은 대체적으로 일본집들은 작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의 예산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웬만해선 크게 짓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부엌과 싱크대는 거의 소멸 수준으로 만들어놔서 우리나라랑 정말 대조적이었다. 변기도 목욕실과 분리되어 있다. 이것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본의 전통인 다다미방이 있는 집이 정말 많았는데 진심 이렇게 관리가 번거로운걸 왜 만드나 싶었다. 다다미 특유의 냄새가 집 전체를 휘감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툴툴거리며 집을 구했냐 물으신다면 슬프게도 아직이다. 하루에 4군데의 집을 둘러보고 찍어놓은 집이 있었지만 심사까지 통과하고도(일본은 부동산에서 임차인 신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집주인의 거절로 퇴짜를 맞았다. 외국인은 받지 않겠다는 거다. 일주일 만에 심사 통과했다고 좋아했는데 다음날 바로 김칫국을 마시다니... 이렇게 아직 제대로 된 집도 없는 피난민 같은 우리의 일본생활은 삐그덕거리며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