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고작 카페 한번 방문하는 게 이리도 힘들었을까요.
저는 지금 일본 쓰쿠바시의 도호공원옆 'COFFEE FACTORY'라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저는(혹은 인간은) 변화를 싫어하나 봅니다. 자전거를 타고 최대한 멀리 나가 카페에 가보자며 지나가는 개미도 코웃음 칠 작은 도전을 다짐했었는데요.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제 몸뚱이는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늘어놓은 빨래를 보며 무의식 중에 핑곗거리를 찾는 저를 보았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구글지도를 켜고 꽤 평이 좋은 카페를 무작정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운동복 바지에 트렌치코트의 이상한 조합을 걸치고 무작정 나왔습니다. 한 스텝 성공. 자전거를 타고 구글 목소리를 따라 페달을 밟습니다. 카페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도 스쳐 지나가는 마트에서 타협을 보자는 유혹의 목소리가 섬섬이 들려옵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방어기제를 물리치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흠... 마트에서 멈추는 것이 맞았나...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중요한 것은 나만의 도전을 완성하는 것!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전거를 주차하고 들어간 카페는 생각보다 평범하고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벽면의 상장들에 있었습니다. 일본의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한 상장들이더군요. 커피는 좋아하지만 커피맛은 모르는 저에겐 그리 적합한 카페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손님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것을 보니 커피맛집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스라떼를 시켰더니 앙증맞은 하트쿠키가 서비스로 나옵니다. 커피도 맛있네요.
사소한 성공의 연속은 성취감과 함께 자존감도 높여주고 또 다른 도전을 불러일으킵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일본카페도전기는 별것 아닌 것 이상의 만족과 성취감을 안겨주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성공했다는 느낌.
저는 오늘 여기에서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 스레드를 모두 올리고 30분 독서까지 완성하고 집에 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1시간을 더 빙빙 돌아 집에 도착해 운동까지 완성하고요. 그러면 딱 3시, 아이들 학교시간과 맞아떨어집니다.
커피값은 4000원이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시간을 쓰고 나오겠습니다.
이상은 일본 로컬 카페에 왔는데 마치 후지산을 동반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