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작년 4월쯤 먼저 일본에 왔다. 그리고 올해 8월에 우리 가족이 일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꿈에서조차 관심 갖지 않았던, 아니 일본 특유의 문화에 기질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던 내가 이곳에서 먹고 자며 살고 있다.
지금은 일본이 싫지 않다. 즉, 한국에 있을 때의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국이 그립고 빨리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2년 후에 갈 거지만.)
20년 전에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낡은 건물들과 시내의 풍경들,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삶과는 어색한 듯한 분위기와 사람들, 아직도 나에게는 어색하게 귓가를 때리는 일본어들.
물론 이런 느낌은 굉장히 주관적인 나만의 생각이다. 나에게 이런 생각과 느낌이 있을 뿐이고 반대로 일본의 문화와 특성을 좋아하고 맞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요즘 무척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동영상도 만들고, 안 해본 일들을 도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렇게 일본에서 적응하고 살다가 평생 눌러앉을까 봐, 다시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까 봐. 매일 눈을 떠서 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 부지런을 떤다.
내가 싫어하는 아니, 원하지 않던 일본이 나를 성장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싫어한다고, 싫어하는 일을 한다고, 그게 곧 나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일으키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에 있었다면, 내가 과연 이처럼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을까?
대답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