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서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다. 우리나라로 치면 3층~5층 사이의 빌라들 위주로. 일본은 작은 평수의 집들이 많고 30평 이상의 집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증인도 있어야 하고, 부동산 심사도 오래 걸리고... 꽤 복잡한 시스템이다.
아무튼 열심히 발품 팔고 부동산 심사까지 통과한 집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퇴짜맞고 유알이라는 5층 빌라건물로 들어왔다. 5층 건물 4개가 있는, 보증인도 필요 없어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구조와 크기가 일본집 같지 않게 크고 시원시원했다. 그렇게 안도를 내쉬며 입주까지 마치고 나서야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과 등하교하면서, 혹은 마트를 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네를 순회하게 된다.
도시보다는 시골에 가까운 이곳은 낡고 오래된 듯한 건물과 빌라들도 꽤 많다. 아니 흔한 편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주택들이 많다. 아니 정말 많다. 처음에는 일본살이에 적응하느라 이런 주택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널려있었는데도 보이질 않았다. 이제는 매번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고급지고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자랑하는 일본주택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와~~ 역시 일본이 경제대국이 맞는구나. 다들 이렇게 비싸고 좋은 집에 사니 말이야. 연신 감탄하면서 일본의 경제력을 머릿속에서 계산하기 바빴다. 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요즘 정말 알차게 써먹는 것 같다.
일본의 주택은 한국의 아파트처럼 보급률이 매우 높다. 즉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주택에 거주하며, 아파트를 선호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아파트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빌라에 많이 산다고 한다. 아파트도 고급맨션이 아니라면 특별히 선호하는 집형태는 아니라고.
일본의 빌라들. 나와 같은 외국인들과 주택살기엔 무리인 사람들이 월세의 형태로 많이 거주한다.
쓰쿠바시의 센터에 있는 맨션들. 일본의 아파트는 대부분 한동, 두동이다. 우리나라처럼 대단지 규모개념이 없다. 하긴 땅덩이가 넓고 인구가 조밀하지 않으니 대단지 아파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택을 훨씬 선호하고 좋아하는 일본인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