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동쪽을 봐도 남쪽을 봐도 아파트와 건물들이 빽빽하고, 가끔 실수로 보인 것처럼 스쳐 지나가던 나무와 공원이었다. 물론 신혼여행을 제외하고 해외물 한번 먹어본 적 없는 나란 여자는 불만 따윈 없었다. 한국엔 자연과 공원이 일상적이진 않아도 매력적이고 좋은 곳들이 많으니까.
일본에 와서도 이런 나의 지조는 꿋꿋하다. 마치 성춘향이 이몽룡을 기다리듯 아직도 한국에 대한 지조를 꿋꿋이 지켜나가고 있다.( 듣는 성춘향은 기가 찰 소리지만)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 학교까지 10분남짓 거리에 통과하게 되는 공원이 있다. 이름은 matsushiro park.
처음엔 영혼 없이 지나다니던 공원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하게 나를 유혹하고 있다. 눈부신 햇살이 비추는 낙엽사이를 사각사각 소리 내며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멍하니 서서 공원을 구경하는 내가 있었다.
앗! 나는 한국인이란 말이다!! 하고 홀리지 않으려 하늘을 보면 저렇다.
고층건물이 그다지 없는 쓰쿠바시의 하늘은 더 크고, 넓고, 맑고, 깨끗하고, 뚜렷하다. 특히 매일 바뀌는 구름의 형상과 모습이 내뿜는 요염함은 가히 황진희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금 내 사진첩에는 하늘과 구름 사진이 포화상태로 꽉꽉 들어차있다. 핸드폰도 구름사진에 질렸는지 저장공간부족이라고 사정을 하고 있다.
하굣길에, 혹은 차를 따로 지나가다 휘뚜루마뚜루 찍은 사진들이다.
결정적으로 어제 찍은 어마어마한 코스모스밭(?) 사진.
교회 집사님의 안내로 따라간 공원에서 무려 여의도 광장만한(정확한 크기는 모른다..) 크기의 코스모스 밭을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업로드가 되지 않아 더 광활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올리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이건 정말 치명타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스케일이란...
이렇게 나는 일본의 자연에 속수무책으로 홀림을 당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나의 지조는 하늘과 같이 높기에 걱정하지는 않지만 가끔 마음속으로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기는 하다.
'그래~ 자연에 일본이 어딨고 한국이 어딨어. 자연은 그냥 자연 그 자체일 뿐이지. 자연에게 홀린 거지 일본에 홀린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