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에는 출입문처럼 꼭 통과해야하는 공원이 있다. 이름은 matsushiro park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저 학교길에 적응하기 바빴고, 일본마트 찾기 정도에 혈안이 돼 있던 터라 나무와 풀 사이을 통과 하는구나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것들이 적응이 되고나자 점차 공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등굣길의 밝고 귀여운 새들의 지저귐과, 사각사각 밟히는 색색의 나뭇잎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아침햇살이 나무와 연못을 따습게 비치면 보석처럼 물 위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연못 위를 오리들은 무심히 물고기들은 파닥거리며 뛰어오른다. 운 좋으면 일광욕을 하는 거북이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이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모르게 공원을 두리번거리며 배회한다. 마치 엄마품을 빨리 떠나기 싫은 아이처럼, 가야 하는데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처럼. 그렇게 한참을 연못과 낙엽들을 감상하다 결국에는 벤치에 앉아 공원을 음미한다. 그저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에도 분명 똑같은 자연이 있었다. 하지만 내 옆에 없었다. 매일매일 볼 수도 없었다. 주말에 열심히 차를 끌고 찾아가야 했기에 잠깐의 기쁨에 만족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공원을 파자마를 입고 눈곱도 떼지 않은채 자전거를 타고 휘리릭, 혹은 걸어서 언제라도 올 수 있다. 매일매일 아름다운 공원을 갈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차이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디에서인가 본 것도 같다. 우울증의 최고 치료제는 햇빛을 받으며 걷는 오전 산책 30분이라고. 그리고 지금 나는 매일매일 최고의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다. 그것도 무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