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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님의 명복을 빕니다.

by 정효진

그는 유투버였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한 동영상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꼬박 하루동안 주사로 약을 집어넣는 담백한 일상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하루는 무덤덤했지만 이튿날은 힘들어했다. 약이 독했다. 그는 4기 암환자였다.


그 영상을 본 건 2년 전쯤이었다. 그 후로 그는 기억에 잊혔다가 뜨문뜨문 나타났다. 어떨 때는 유튜브에, 어떤 때는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반가움에, 어떤 때는 갑자기 보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 헤맸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버젓이 한 주점을 이끌고 있었다. 건전한 곳이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 걸까. 잘은 모르지만 엄마아빠를 모르거나 일찍 돌아가셨거나 했던 것 같다. 즉, 그는 혈육이 없었다. 그의 가족은 친구와 주점의 직원들이 대신했다. 말하지 않아도 외로움의 무게가 느껴졌다. 버텨낸 삶이 대단하다. 화면 속 그는 씩씩하고 밝게 웃었지만 내면의 허함이 눈망울을 통과해 나왔다.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열심히 살아낸 삶의 보상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그렇게 그는 스러졌다. 오늘 인스타피드에 올라온 검은색사진을 보았다. 부고 소식이었다. 스러지는 순간까지 그의 옆을 살뜰히 지켜준 친구들과 직원들을 보니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면식도 없는 그의 부고소식에 나는 글을 쓴다. 그는 나를 모르지만 그가 남긴 따스함, 포기하지 않는 용기, 또는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담대함이 나를 글로 이끌었다.


그곳에서는 부디 가족의 따스함속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지구에 남겨두고 간 그의 따스함과 멋진 삶의 크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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