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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이럴일

by 정효진


3개월 만의 한국행이다. 그리운 한국어, 한국표지판, 아파트산, 몸집을 불린 차들이 오른쪽으로 가는 풍경도 볼 수 있음에 설렜다.

엄마도, 아빠도,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 솜사탕처럼 부풀어진 마음을 안고 비행기와 함께 도착한 한국이었다. 친정은 지방이고 시댁은 서울이다. 야경을 배경 삼아 도착한 나는 시댁에 우선 짐과 몸을 풀었다. 그리고 어제오늘은 이런저런 잡일들로 무척 정신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었다. 예전의 나에겐 공기처럼 암시롱도 안 한 일들일 터.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일상에 집중할수록 마음은 가라앉았다. 투명의 끈으로 꽁꽁 묶인 듯 무언가 답답했다. 시댁 때문은 아니다. 나는 시댁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입장은 모르겠다..)


쓰는 게 문제였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은 쓰기 시작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할 시간이 없고. 쓸 시간이 없고, 토해낼 시간이 없다. 고통이었다. 쓰지 않으면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안 한 것이다. 얼마나 찝찝하고 답답한가.


그래서 잠들지 못한 이 시간에 나는 뒤처리를 하고 있다.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한 손은 두드리기 바쁘다. 눈은 공포영화에 나올 듯 퀭할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무언가를 비워냈기 때문일까? 뒤처리를 깔끔히 했기 때문일까?


아무튼 글쓰기가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다.

행복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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