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의 카페는 생각보다 시끌벅적하다. 삼삼오오 몰려 앉은 중년인들이 절반의 지분을 차지한다. 무슨 모임인지 알 길은 없으나 얼굴에 미소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오는 것은 풋풋한 대학생이 아니었나 보다. 뒤를 이어 젊은 커플들이 가장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고 있자니 시럽 듬뿍 넣은 캐러멜 마끼아또가 떠오른다. 나 같은 나홀로족도 몇몇 보인다. 사실 나홀로족이 카페의 꽃 아닌가?(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침묵의 나는 외딴섬같이 낯설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다. 시댁에는 시부모님이 든든하게 아이들을 지켜주고 계시다. 우리나라 제1 도시 서울에서 만날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외톨이도 아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홀로 있고 싶었다.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을 찾아 헤매며 사람들을 무심코 관찰한다. 틈틈이 사진도 찍고 인스타도 올려본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글감을 찾아 헤맨다. 떠오를 때도 있고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카페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멍 때리고, 생각하고, 그렇게 내 안으로 깊이 침잠해 가는 것이었다.
흐트러진 일상은 글의 흐름도 바꾸어버린다. 집중도도 달라진다.
카페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바로 나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