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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아 어디있니

by 정효진

솔직히 조금 맛탱이가 갔었다. 조회수 1 만기록이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본생활이라는 특수성이 나를 살뜰히 도와주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다음 메인 화면에 걸려있는 나의 브런치 검색을 열심히 해댔다. 나를 밀어 올려준 일본이 고맙기도 하면서도 얄밉기도 하고 그랬다. 그 외의 글들은 어김없이 주가 대폭락을 기록했기에. 그래도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렸다. 조금만 더 재밌게 잘 쓰면 진짜로 나를 잘 알릴 수 있을 거야라고. 무의식적으로. 왜냐면 대놓고 하면 좀 그렇지 않은가? 속물 같았다. 작가도 아닌데 말이다. 맛탱이가 많이 갔었다.


친정으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킬링타임으로 읽은 책 이름은 매혹적이었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맛탱이가 완전히 가기 전에 읽어서 참 다행이다. 나도 모르는 내속을 친절하고 아프게 해부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송고의 순간, 인정욕구의 도가니에 빠져 부글거리던 나를 제어한 것은 그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자각이었다. ~~ 잘 읽히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좋은 화두에 좋은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끝내 그 원고를 보낼 수 없었다. 이유를 모른 채 그저 '응, 이 글은 좀 아니야'라고 감각했다.

~~ 그 글에는 내 '진심'이 없었다. 글의 가독성과 재미는 진심과 직결된다. 아무리 날고 기는 작가가 써도,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쓰지 않는 경우, 가독성과 재미라는 2대 요소를 확보하기 힘들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그에 대한 답은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까지일 것이다. 그렇다.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것이 쓰는 사람의 핵심이고, 쓰는 사람의 전부다. "


인정욕구


나는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내 글을 썼을까. 멋있게 보이고 싶은 글을 썼을까. 후자가 압도적으로 컸다. 목표를 가지고 글쓰기를 쓰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살짝 맛탱이가 간 나는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보이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조회수도 좀 더 잘 나오고, 사람들에게도 더 재미있고 솔깃하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글에 내가 토해내고 싶은 진심은 종종 사라졌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종종 눈을 감아야 했다. 엄청 찔려서. 나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어서.


쓰면서도 놀란다. 생각보다 진심을 꾹꾹 눌러쓰는 게 쉽지 않아서. 멋지게 보이고 싶은 인정욕구를 버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쓰기로 한 나에게 가장 습관이 되어야 할 것은 '진심'일 것이다. 형편없는 글일지라도 일단 '진심'으로 시작하자. 그렇게 글쓰기 기술을 늘려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2023년도의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를 열심히 들여다볼 나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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